"이번 관세 합의로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됐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최근 만난 통상 전문가의 말이 한·미 관세 협상의 본질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겉보기엔 마치 한숨 돌린 듯하지만 실은 이제부터 '진짜 협상'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달 30일 이른바 '마스가(MASGA)'로 명명된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를 축으로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제시하며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타협점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상호 관세율은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 동등한 경쟁 여건이 마련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당장 시장의 불안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여론도 비슷한 흐름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이번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세부적으로 다소 아쉬운 부분도 공존한다. 일본·EU산 자동차는 기존에 2.5% 기본 관세를 받고 한국산 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던 것과 달리 15% 품목 관세를 동일하게 적용 받게 됐다. 2012년 발효된 한·미 FTA 효과가 13년 만에 사라지게 된 것이다. 또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 부과되는 관세(50%)는 이번 협상에서 제외됐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우려가 높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 저하와 현지 생산 확대 압박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이는 단기적인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강요받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관세율 조정이라는 큰 틀은 완성됐지만 그로 인한 산업별 실질 영향 분석과 맞춤형 지원책 마련은 향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향후 수출 업종별 관세 영향 분석, 보조 대책 마련, 기업 지원 방안 수립에 나서야 한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업종은 수출 경쟁력 하락에 대응해야 하고, 조선·첨단 산업은 투자펀드 운영 및 리스크 관리에도 집중해야 한다. 농업 분야는 외부 개방 압력 지속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무역환경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세부 협상도 계속 추진해야 한다.
이번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은 예정된 최악 시나·리오(25%)를 피하고, 경쟁국들과 조건을 맞췄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그러나 3500억 달러 투자 약속, 자동차 관세 부활, 미국 중심의 투자 이익 구조 등은 향후 경제·산업 전략에서 꼼꼼한 대응이 요구된다.
특히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 조성 방식에 대해 한·미 간 의견 차가 존재하는 점은 우려스럽다. 미국은 투자 수익의 90% 귀속 등을 주장하지만 한국은 주로 대출·보증 방식이며 재투자 개념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제 '진짜 협상'이 시작됐다. 한국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쳐 향후 협상에서 세부적인 대응책을 면밀하게 준비해야 할 때다. 특히 미국과 상생협력 구조를 만들면서 우리 기업의 실질적인 부정 이슈를 해소할 수 있는 전략이 핵심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