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신속한 실무 지침 마련이 필요

김태정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광장
김태정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광장]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전자주주총회,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확대, 독립이사 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상법이 지난 22일 공포되었고 이 중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은 공포와 동시에 시행되었다.

개정법은 충실의무의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장하였으며, 신설 규정으로 이사가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는 점도 추가하였다. 입법자의 기대와 같이 충실의무 확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시장 선진화에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불공정한 비율에 의한 합병이나 쪼개기 상장 등 주주 간 이해충돌 상황에서 이사가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했을 때 이사가 주주에 대해 직접적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려는 것이 주된 입법 취지로 이해되고 있다.

이러한 개정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기업들로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 보호를 고려한 이사회 및 각종 위원회의 의사 결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특히 주주 간 이해상충이 문제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더욱 깊이 있는 논의와 검토가 필요해졌다.

다만, 이사들이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경영 현장에서 당분간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법률과 판례상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만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부담하므로 회사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인지에 따라 판단하는 것으로 충분하였다. 이제부터 이사는 회사와 주주라는 서로 다른 두 주인(principal)의 대리인(agent)으로서 양측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독립이사(개정 전 사외이사) 구인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예를 들어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 이익 환원을 확대할 것인지 아니면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이익을 유보할 것인지를 결정함에 있어 이사는 회사와 주주의 요구 중에 누구를 위해 결정해야 할 것인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분 희석으로 인한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대규모 자본조달 시 회사는 여러 조달 방법 중에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다소 불리하더라도 주가가 가장 적게 하락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하는 것일까? 주가 변동을 어떻게 예측해야 이사가 합리적으로 충실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이같이 다양한 요인들이 충돌하는 현실에서 개정법은 아직까지 구체적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배임죄 인정 범위 확대도 문제이다. 개정법상으로도 이사의 주주에 대한 배임죄는 인정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으나 입법 과정에서 법무부와 법원행정처는 개정법에 의할 때 이사의 주주에 대한 배임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존에도 이사의 경영상 의사 결정에 대하여 형사 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국가는 우리나라 외에는 거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는데 개정법에 의하여 주주에 대하여도 배임죄의 책임을 부담한다고 해석된다면 이로 인해 이사들의 적극적 경영 판단이 위축될 위험성이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관련한 이 같은 우려들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기업, 학계, 실무계 등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주무 부처를 통하여 이사의 충실의무에 관한 세부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충실의무를 단순히 법률적 제재 관점에서만 접근하기보다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같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건전한 의사 결정 구조 및 주주 보호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방안에 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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