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엡스타인 연루설'과 관련해 "나는 여성은 그리지 않는 사람"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미성년자 성착취'로 수감 중 사망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에 '외설적인 여성 그림을 그린 축하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특히 여성 그림은 안 그린다. 그건 분명히 말할 수 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그들(트럼프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여성 그림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여성을 그리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가끔 자선행사 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건물 하나 그려달라'고 하면 줄을 4개 긋고 그 위에 작은 지붕 얹어 그리는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건물 그림에 대한 언급은 2000년대 초반 자신이 자선단체에 기부한 스케치들이 경매에 나오며 논란이 일자 이를 해명하기 위해 덧붙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수사기록'으로 불리는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에 대해서도 "그 파일들은 4년 동안 (조 바이든) 행정부를 운영했던 사람들에 의해 관리됐다"며 "그들이 뭔가 갖고 있었다면, 그걸 벌써 공개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 파일을 관리한 사람(바이든 전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전 민주당 대선 후보)과 맞붙었다"며 "그들이 뭔가 있었다면 내가 바이든을 (대선 레이스에서) 이기고 있을 때 왜 안 썼겠나"라고 반문했다.
앞서 엡스타인 파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백악관은 이를 '가짜 뉴스'라고 일축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엡스타인이 미성년자와의 성관계가 이뤄졌던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개인 섬에 자신을 초대했지만, 이를 거절한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엡스타인의 초대를) 거절했던 게 내 인생의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다. 난 절대 그의 섬에 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거기 28번인가 갔을 것이다. (클린턴 정부 시절 재무장관이던) 래리 서머스도 갔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엡스타인의 전 연인이자 공범으로 수감 중인 길레인 맥스웰의 사면 가능성과 관련해선 "난 사면권이 있지만, 아무도 이를 건의하지 않았다"며 "지금 그것에 대해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선을 그었다.
미 법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최근 교도소에 수감 중인 맥스웰을 면담했으며, 조만간 그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맥스웰 사면 가능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진술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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