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고용부와 국정위, 더불어민주당은 노조법 2·3조 개정 추진을 우선 과제로 두고 노동계 의견을 수렴하며 상호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의 쟁의로 손해를 입은 기업이 노동자에게 직접적인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집행을 못 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14년 쌍용차 파업 당시 노조원에게 47억 원의 손배 판결이 내려지자 한 시민이 이를 돕기 위해 노란 봉투에 성금을 전달한 것이 시초다.
그간 민주당 등 진보 정당에서 발의한 개정안의 핵심은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합법 파업의 범위 확대와 노조 활동에 따른 손해배상 및 가압류 청구의 제한, 손해배상액의 제한 등이다. 매해 기업 단위를 가리지 않고 노조 파업이 빈번히 일어나는 상황에서 기업 측이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제기할 수 있는 수백 억 이상의 대규모 손배 청구를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다. 민주당 주도로 지난 2023년과 2024년에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모두 폐기되는 전철을 밟았다.
정부 초기 내각에 발탁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노조법 2·3조는 꼭 개정돼야 한다.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고 노동시장 격차를 해소하는 법안"이라며 "예컨대 거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투쟁해도, 실질적 지배력은 원청에 있는데 형식적 고용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모두 불법이 된다"고 임기 내 완수 방침을 드러냈다.
다만 민주당이 국내 경제 둔화와 기업 상황을 고려해 입법 시기를 8월 이후로 미루자 노동계에선 불만이 속출하는 모양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조속한 법안 통과를 요구하며 지난 23일 전국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와 시도당사에서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반면 경영계는 새 정부의 무리한 정책 드라이브는 기업 투자와 고용 등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김영훈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노조법 제2·3조 개정은 우리 노사관계와 경제 전반에 심각한 혼란과 부작용을 줄 수 있어 법 개정을 서두르기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김 장관이) 노조법 개정 논의를 위한 노사간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인공지능(AI)이 많이 도입되면 노동이나 경영에서도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원래부터 갖고 있는 노동 환경에 대한 프레임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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