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참의원(상원) 선거 참패에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이유로 퇴진을 거부했으나, 정권 기반이 흔들리면서 협상 동력이 약화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일본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22일 아사히신문,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미국의 25% 상호관세 부과가 예고된 다음달 1일 이전까지 일정 수준의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막판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측 관세 협상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참의원 선거 이튿날인 21일 8차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가운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만나 2시간 이상 관세문제를 협상했다. 일본 정부는 "양측은 상호 이익이 되는 합의를 실현하고자 다시 솔직하고 깊은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익을 지키며 미일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착지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은 지난 4월 중순부터 7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으나, 최근 약 3주간은 별다른 진전 없이 공백 상태였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향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의 회동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그는 미국에 도착한 뒤 취재진과 만나 "8월 1일까지 무언가 합의를 하고자 한다는 생각이 일본과 미국 양측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협상 타결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지만, 일본 언론들은 아카자와 장관의 방미 일정을 '이례적 강행군'으로 평가했다. 아사히는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이 이례적 강행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 것은 남은 시간이 적기 때문"이라며 미국 방문이 20일이 돼서야 전격적으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충분한 카드를 미국 측에 내밀었다면서 "이제 할 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아사히에 말했다. 아사히는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이 미국 방문에서도 합의점을 찾을지는 불투명하다며 "정체된 협상을 타개할 비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산케이도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이 미국 측과 협의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미국으로 떠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당분간은 이시바 정권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선거 참패로 정권 기반이 흔들린 이시바 총리가 미국 측에 제시할 '교섭 카드'도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미국산 쌀 수입 확대는 자민당 내 '농림족'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으며, 예산이 수반되는 제안은 국회 의결이 필요한 만큼 야당의 협조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협상 성패는 정권 운영에도 직결된다"며 "일본은 조기에 합의해 관세를 낮추려 하지만, 미국 측에 초조한 기색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의원 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미일 관세 협상은 이시바 정권을 중심으로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외교 안전보장에 정체를 초래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외교는 말할 필요도 없이 안정성과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거 결과로 여당만으로는 난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됐다"며 "여야가 울타리를 넘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난제와 마주하는 정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와야 외무상은 진퇴양난의 형국에서도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당분간 이시바 내각을 유지한 채 야당과 협의해 폭넓은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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