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여당이 20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 내각의 국정 동력이 급격히 약화될 상황에 처했다. 이로 인해 오는 8월 1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시한을 앞둔 상황에서 미·일 관세 협상 역시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은 각각 39석, 8석 등 총 47석을 얻어 과반 확보를 위한 50석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참의원 총 248석 중 이번에 선거가 치러지지 않은 의석까지 포함한 의석수는 자민당·공명당의 연립여당이 122석을 보유하게 됐고, 입헌민주당과 일본유신회 등 야당들은 총 126석을 얻어 여소야대 정국에 직면했다. 특히 이시바 총리는 작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도 과반을 잃은 데다 이번 참의원 선거까지 패배하면서 입지가 크게 축소될 위기를 맞고 있다.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이시바 총리의 퇴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정치적 불안정성은 외교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이시바 총리의 리더십 약화는 향후 미국과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시바 내각이 이끌고 있는 일본 정부가 관세 협상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진단이다.
산케이신문은 “8월 1일까지 예정된 협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고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립여당의 선거 패배로 이시바 총리는 물러나게 될 위험에 처했고, 일본은 8월 관세 협상 마감 시한 전까지 미국과의 합의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평했다.
물론 현 이시바 내각은 끝까지 미국과의 협상에 전력투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시바 총리는 선거 당일 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는 미국과 막판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2차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수차례 전화 통화도 진행한 만큼 이 기회를 절대 허투루 날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본 측 협상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 역시 선거 종료 후 이시바 총리와 회담을 갖고 나오면서 "우리는 국익 수호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며 "참의원 선거 결과는 관세 협상에 어떠한 별다른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현재 미·일 간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인 가운데 특별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은 미국 측이 요구하는 쌀·쇠고기 등 농산물 시장 개방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의 자동차 관세에 대해서는 인하 혹은 철폐를 강력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는 일본의 대미 수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품목으로, 일본은 자동차 관세를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미국은 자동차 관세를 내릴 수 없다며 완강한 태도로 맞서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 소재한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윌리엄 초우 일본 담당 부국장은 “이시바 총리가 관세 완화에 대한 기대를 너무 높게 잡았다”며 “정치적 분위기를 잘못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양국 간 협상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NHK는 일본 측이 대미 무역흑자 축소를 위해 대규모 투자와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를 제안했고 미국이 이를 분석 중이라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협상이 완전히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다”라며 외무성 고위 관계자의 “합의를 위한 퍼즐 조각이 조금씩 맞춰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이 일본의 쌀 등 농산물 시장 개방에 관심을 갖는 만큼 일본이 농산물 수입 확대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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