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이달 23일 도쿄에서 열릴 정상회담에서 미·중의 압박에 맞서는 협력체 '경쟁력 얼라이언스(연합)' 출범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15일 정상회담 공동성명 초안을 입수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동성명 초안에서는 일본과 EU가 법치, 자유무역 등의 "가치관과 원칙을 굳게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협력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 및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경쟁력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고 경제 안보, 무역, 방위 등 각종 분야에서 일본-EU 관계를 격상시킬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EU의 협력 분야는 무역과 경제안보가 중심이 될 전망으로,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 체제의 유지를 목표로 하며 WTO 및 주요 7개국(G7) 등 다자 협의체에 양측이 공동으로 의견 조율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희토류, 배터리 등 전략물자의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고,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투자도 협력할 방침이다. 아울러 최첨단 기술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방위산업 관련 대화를 신설할 예정인데, 여기에는 다수의 소형 위성을 연계하는 ‘위성 컨스텔레이션(위성군)’ 개발 가속화도 포함될 전망이다.
양측은 2019년 발효된 일본-EU 경제연대협정(EPA)과 올해 1월 공식 발효된 일본-EU 전략적 파트너십(SPA) 협정을 통해 협력 관계를 심화시켜왔다. 이 같은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조치 및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응해 세계 주요 자유민주주의 세력인 일본과 EU가 힘을 합쳐 국제 경제 질서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목적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이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트럼프발 관세 대응을 통해 각국 간 협력이 강화되는 것과 부합하는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은 EU가 일본, 캐나다 등과의 협력을 통해 트럼프발 관세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날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 역시 미국의 관세 및 첨단 기술 제재에 맞서 희토류 수출 통제 등으로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위협에도 공동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진 모습이다.
한편 일본-EU 정상회담에 앞서 19일에는 미국의 관세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2025 오사카 엑스포 참석차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총리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는 일본의 참의원(상의원) 선거를 하루 앞두고 열리는 것으로, 최근 미·일 관세 협상이 불협 화음을 내 온 만큼 미국 측은 재차 일본 측에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8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예고한 서한을 받은 후 미국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이 미국과 여러 차례에 걸친 회담을 가지며 자동차 관세 인하 등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4월 발표된 상호관세보다 오히려 1%포인트 오른 것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모습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일본에 대해 "그들은 우리에게 수백만대의 자동차를 팔고 있지만, 그들은 우리 자동차를 수입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자동차를 팔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의 많은 농산물도 수입하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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