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현재 2만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병력을 1만 명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미 국방 인사의 주장이 제기됐다. 여기에 미국의 동맹국을 뒤흔들고 있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의 행보까지 드러나며 한·미동맹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수석 고문을 지낸 댄 콜드웰은 9일(현지시간) 싱크탱크 ‘국방우선순위’의 제니퍼 캐버노 선임연구원과 공동 작성한 보고서에서 미군의 동아시아 군사 태세를 중국 견제와 미국 국익 보호에 맞춰 재편해야 한다며 주한미군 감축을 주장했다.
보고서는 한국 내 기지 경비를 제외한 지상 전투부대와 통신·정보·본부·지원 부대를 대폭 줄이고, 순환 배치 중인 여단전투단(BCT)과 육군 전투항공부대 등 제2보병사단 대부분을 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군 항공 전력도 축소해 전투기 2개 비행대대와 정비·지원 부대 인력 약 3분의 1을 미국으로 돌려보낼 것을 권고했다. 이에 주한미군 병력을 약 1만명 수준으로 줄이고, 남은 병력도 추가 감축해 결국 대부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축의 근거로는 한국이 역내 다른 분쟁에 미국이 한국 기지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 방위비는 많이 내지만 전투지원 역량은 여전히 미국에 의존하는 점 등을 제시했다. 따라서 동맹국들이 자국 안보를 1차적으로 책임지고, 미국은 지원 및 핵심 국익 보장에 집중하는 ‘책임 분담’ 체계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북한에 대해 재래식 전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미군 지원 없이도 자주 방위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미군 태세는 지나치게 공격적이며, 중국 국경 인접 지역에 병력을 과도하게 배치해 미군의 생존성이 낮으며, 오히려 긴장 고조 위험을 키운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방위비 인상을 압박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으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원)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재 방위비 분담금인 1조5000억원의 약 9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방전략(NDS) 수립을 주도하는 콜비 차관의 행보 역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콜비 차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을 주도해 유럽 동맹국들의 반발을 샀고, 미국·영국·호주 핵잠수함 협정(AUKUS) 재검토도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 또한 일본을 향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으로 즉각 인상하라고 요구했다가, 이후 목표치를 5%로 끌어올려 일본 정부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등 일방적 행보를 보여 왔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의 핵 억지력(확장 억제)은 유지하되, 북한 재래식 위협에 대한 방어는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또한 기존 입장에 비춰볼 때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고 활동 반경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한국에 25% 관세 부과를 통보한 데 이어 방위비 인상 및 주한미군 감축까지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동맹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양상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