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조작 근절 대책의 강도는 높았다. 시장을 왜곡하는 행위를 감시하는 초동단계부터 처벌·제재, 그리고 '퇴출'까지 전 과정에서 걸쳐 규제 그물망을 좀 더 촘촘하게 설계했다. 주가조작 행위가 발 디딜 틈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지향점이다.
◇'한국판 SEC' 합동대응단
이번 대책의 핵심은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다. 취임 초부터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을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의 뜻에 따라 금융당국이 속전속결로 만드는 조직이다. 당초 한국판 증권거래위원회(SEC)로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이날 금융당국이 밝힌 합동대응단은 일단 한시 조직으로 출발한다. 인원은 금융위 4명(강제조사반), 금감원 18명(일반조사반), 거래소 12명(신속심리반) 등 34명으로 구성된다. 단장은 금감원 부원장이 맡는다. 향후 조사 경과나 실적 등을 검토해 50명 이상으로 증원할 예정이다. 이윤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합동대응단은) 우선 파일럿 형태로 운영하고 성과를 평가한 뒤 상설화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동대응단은 세 조직 인력이 한데 모인 만큼 유기적 협업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거래소는 시장감시와 이상거래 혐의 종목 불공정거래 해당 여부 심리를 맡고, 금감원은 자금 추적과 자료분석 등 임의조사를 한다. 금융위는 임의조사에 더해 현장조사, 포렌식,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를 수행한다. 이를 통해 2년가량 걸렸던 주가조작 심리·조사 과정을 6∼7개월로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게 금융당국의 기대다.
합동대응단의 주요 업무는 세 가지다. 주가조작 전력이 있는 이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우선적으로 들여다본다. 또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대주주·경영진의 내부거래도 살펴볼 계획이다. 여기에 SNS와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횡행하는 허위정보와 이를 이용한 선행매매 행위도 엄단할 계획이다.
◇주가조작 시 영구퇴출
이날 대책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실천방안도 담겼다.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불법공매도·허위공시에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철저히 적용할 예정이다. 최근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엄중 제재의 일환으로 지급정지, 과징금, 금융투자상품 거래 및 임원선임·재임 제한명령 등이 도입됐지만 아직 적용된 사례는 없다. 이윤수 상임위원은 "행정제재의 법적 근거는 마련돼 있지만 실효성 있게 써본 적이 없어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연내에 합동대응단을 중심으로 '원스트라이크 아웃' 사례가 나올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불법이익 의심 계좌에 대해선 조사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지급 정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대량보유 보고(5%룰) 공시의무 위반도 이달 말부터 과징금 상한을 10배로 높이고, 허위 공시는 과징금을 현행보다 최대 30% 이상 가중부과할 계획이다.
특히 중대 불공정거래 행위에 연루된 대주주·경영진 등은 적극적으로 실명을 대외적으로 공표하기로 했다. 공표 효과는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는 '네임 앤 셰임'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비리나 인권 침해 등 비윤리적 행위를 한 개인이나 조직의 실명을 공개해 사회적 비판과 압박을 가하는 전략이다. 법무법인 한결 김광중 변호사는 "(실명이) 외부에 공표되면 주주 등 이해관계자가 법원에 불공정행위의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할 수도 있고, 언론이 그 문제점을 지적할 수도 있다"며 "법적,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묻기도 쉬워지는 등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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