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금통위] 美관세 타격에 성장률 제동…1% 달성 미지수

  • "상호관세·반도체 관세, 성장 경로에 가장 큰 영향"

  • 고율 관세 현실화 땐 수출 직격탄…추경 효과도 제한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50710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2025.07.10[사진=사진공동취재단]
미국 관세 협상의 결과가 올해 한국 경제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상호관세 25% 부과와 반도체 품목별 관세가 이대로 현실화된다면 이재명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등 재정 정책 노력에도 올 성장률이 1%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성장경로는 대미 무역협상의 전개 상황, 내수 개선속도 등과 관련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며 "미국이 우리나라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와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느냐가 성장 경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이는 1차 추경 효과(0.1%포인트 상승)와 관세율이 평균 15% 부과되는 안을 반영했다. 기본관세(10%), 품목관세(25%)가 유지되는 가운데 하반기 중 반도체·의약품 등 일부 품목관세(10%)가 추가되는 시나리오다. 여기에 2차 추경 효과를 반영한 전망은 0.9%로 추정된다. 만약 하반기 내수가 받쳐준다면 올해 성장률이 1.0%를 바라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문제는 8월 2일부터 미국의 관세 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산 제품 전체에 대해 25% 상호관세를 적용한다고 예고했다. 구리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반도체와 의약품에도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한은이 5월 제시한 비관 시나리오보다 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이다. 당시 한은은 미국이 유예했던 주요 교역국 대상 상호관세를 절반 정도 환원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평균 관세율이 20% 정도로 높아질 경우에는 올해 성장률이 0.1%포인트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호관세율이 25%로 확정된다면 전제치보다 관세율이 높아진 만큼 성장률이 0%대 중반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웰스파고는 "미국의 고율 관세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활동에 다소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양국의 올해 성장률이 0.5~1%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며 "대미 수출 축소라는 직접적인 효과 외에도 세계 교역 축소, 투자 심리 악화 등 간접적 영향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총재 역시 1% 성장률 달성 난관을 미국 관세 협상으로 꼽으며 "8월 2일부터 10%일지, 25%로 올라갈지 아직 몰라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관세도 중요하지만, 간접적으로 외부 생산된 제품의 수출도 많아서 생산기지 있는 베트남,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의 관세가 어떻게 되느냐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과 협상 결렬되고 중국, EU가 보복관세를 매기면서 관세전쟁으로 확장된다면 간접효과가 우리나라에 직접적 매기는 관세효과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만큼 고율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수출 타격과 성장률 하방 압력이 불가피하다. 한은은 이날 '경제상황 평가 보고서'를 통해서도 최근 선수요 효과로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관세 부과가 실제 이뤄질 경우 과거 확장기에는 볼 수 없었던 하방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은은 "AI혁명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별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며 "전력 수요가 큰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세뿐만 아니라 내수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기성과 건설수주는 5월에도 역성장했다. 소매판매도 3~4월 역성장 이후 5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제자리걸음하며 성장을 발목 잡았다.

이 총재는 "5월에 생각보다 소비와 수출이 좋게 나왔다"며 "하지만 건설의 경우 나쁜 정도가 예상보다 더 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성장률을 얼마나 조정할지는 국가별 상호관세 및 품목별 관세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되는지, 경제심리 회복과 추경 효과가 얼마나 반영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8월 이후에나 명확히 말씀드리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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