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 인공지능 반도체 '리벨 쿼드' [사진=리벨리온]
엔비디아가 전 세계 기업 중 최초로 장중 시가총액 4조 달러(약 5502조원)에 도달하면서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 비싼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칩을 개발 중인 국내 팹리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두 회사는 국내뿐 아니라 유럽의 소버린(주권) AI와 방산 시장도 적극 공략해 엔비디아와 경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올 3분기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한 차세대 추론용 AI칩 '리벨 쿼드' 출시를 앞두고 사우디 아람코와 프랑스 코렐리아캐피탈의 뒤를 잇는 글로벌 투자자를 찾고 있다. 고성능 AI칩을 조기 양산해 고객사를 확대하고 시장 존재감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메타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기업공개를 포함한 독자 행보에 나선 퓨리오사AI는 최근 GPU클라우드(GPUaaS) 업체 호스트AI(Hosted·ai)와 업무협약을 맺고 소버린 AI 시장에서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퓨리오사의 추론용 AI칩 '레니게이드'와 호스트AI의 GPU최적화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AI 서버를 연내 출시해 글로벌 기업에 판매하는 게 목표다.
미국·중국이 주도하는 기존 AI 시장 구도에 대해 유럽·중동·한국·일본 등의 반발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들 국가는 AI 주권을 지키기 위해 소버린 AI 구축·운영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상황이다.
소버린 AI의 핵심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자체 AI 모델 확보뿐 아니라 엔비디아가 독점하는 AI 하드웨어(GPU)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AI칩 기술 개발이 필수 불가결하다.
실제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슈퍼AI 컨퍼런스에서 "(AI 하드웨어 시장에) 단 하나의 아키텍처와 방향성만 있는 것은 건강한 생태계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엔비디아 견제 필요성과 소버린 AI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는 소버린 AI와 연관성이 큰 방산 분야 사업 확대도 꾀하고 있다. 이스라엘처럼 AI 기반 무기 현대화를 추진 중인 국방부·방위사업청 입장에서는 해외 공급망 영향을 받지 않는 국산 AI칩 확보가 절실하다.
퓨리오사AI는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 주도로 열린 '제1회 방위산업의 날' 행사에 참석해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서 퓨리오사AI 관계자는 "국산 AI칩(레니게이드)과 LG AI연구원 엑사원을 결합한 AI 시스템은 전력 대 성능비와 가격 대 성능비 면에서 엔비디아 GPU 기반 AI 시스템보다 훨씬 뛰어나다"며 "자주 국방을 위해 외산 AI 하드웨어 대신 국산 AI칩을 국방 AI 솔루션에 많이 써주셨으면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리벨리온도 지난해 육군 '스트롱아미' 사업자로 참여해 국산 AI칩 공급 등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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