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트럼프의 반(反)자본주의 실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자본주의의 핵심은 효율성과 자유로운 시장 교환이다. 시장의 자율성과 글로벌 분업 체계를 통해 각국이 비교우위에 따라 특화하고, 그 결과로 생산성과 부가가치는 극대화된다.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은 이 같은 가치를 토대로 세계 최강대국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정치적 구호 아래 추진됐지만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을 훼손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관세는 단기적으로는 특정 산업을 보호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국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행위와 같다. 미국의 많은 제조업체는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부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 중소기업들은 생산비용 상승에 직면했고, 결국 가격 인상과 수요 위축으로 이어졌다. 

자유무역의 원리에 따라 경쟁력을 잃은 산업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되며, 그 자원을 더 생산적인 분야로 재배치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관세 정책은 이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으며 경제적 비효율을 고착화시킨다.

국가 경쟁력은 관세로 철갑을 두른다고 높아지지 않는다. 진정한 경쟁력은 교육, 기술혁신, 인프라, 제도적 신뢰 등 구조적인 경쟁 우위를 통해 확보된다. 트럼프식 관세 장벽은 일시적으로 국내 산업을 '보호' 할지 모르나, 경쟁 유인을 약화시켜 혁신을 지연시킬 것이다. 

해외 기업의 보복 관세로 미국 수출 산업 역시 더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중국의 보복 조치로 미국 농산물 수출은 급감했고, 이는 다시 연방정부의 보조금이라는 비효율적 대책으로 되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관세를 부과했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목적에 따라 특정 국가를 타기팅하고, 때로는 협상 카드로 삼아 다른 나라들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는 자본주의의 중요한 기반인 ‘예측 가능성과 제도적 안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다. 관세라는 정책 수단이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글로벌 투자 환경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트럼프식 관세 정책은 미국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자본주의적 해결 방식이 아닌, 정치적 대중영합주의(populism)에 기댄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 국가 경쟁력은 무역 상대국을 관세로 봉쇄하는 것이 아닌, 개방된 시장에서 자국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쟁하고 혁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서 비롯된다.

결국 자유무역을 통한 효율성 제고와 글로벌 협력을 통한 기술 진보, 시장의 자율성 보장 등은 우리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추구해야 할 올바른 경쟁력 전략이다.

잘못된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가 폐쇄성과 불확실성의 수렁에 빠지고 있다.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개방성과 경쟁을 통해 혁신을 유도하고 성장을 추구한다. 하지만 트럼프식 경제민족주의가 세계를 다시 장벽과 고립의 시대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단순한 무역 전략을 넘어 자본주의의 이념과 시스템 전체를 위협하는 폭탄으로 변모하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자유시장이라는 보편적 원칙을 흔들 경우 그 영향과 결과는 전 세계에 미친다. 그의 관세정책은 결국 자본주의의 근간인 ‘자유’의 이름을 빌린 반(反)자본주의 실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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