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중대재해처벌법...첫 기소·선고·구속 이어지며 쟁점 구체화

  • 판례로 형성되는 법 적용의 윤곽...법리 해석 중요해져

  • 실형은 제한적·수사 범위는 확대...기업 대응 수준 달라져

아리셀 참사 1주기를 맞아 7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불법 파견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업 대표가 구속된 아리셀 참사 1주기를 맞아 7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불법 파견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회·경제 각 분야에서 시민과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기업의 조직문화와 안전관리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4년차에 접어들며 수사와 기소, 판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기업의 대응 역시 보다 구체적이고 선제적인 수준으로 요구되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이후 첫 수사와 첫 기소, 첫 실형, 첫 법정구속 사례 등이 순차적으로 쌓이며 법 적용의 구체적 기준이 형성되고 있다. 사업주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인지, 위반 사항과 중대재해 간 인과관계, 법이 요구하는 조치의 범위 해석 등과 관련한 쟁점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최근엔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 논의가 가열되면서 경찰이 기업 대표를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초동 수사에 나서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법률 리스크 선제 대응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법 시행 이틀 만인 2022년 1월 29일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토사 붕괴로 작업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며 '1호 수사' 사례가 됐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같은 해 6월 13일 삼표산업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2022년 6월 27일에는 부산고용노동청이 이첩한 사건을 창원지검이 맡아 집단 독성 감염 사고를 낸 두성산업 대표를 기소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소 사례로 기록됐다. 두성산업을 포함해 함께 기소됐던 7개 사업장은 지난해 하반기 유죄가 확정됐다.

2022년 10월 13일에는 두성산업 대표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해 법 시행 후 첫 헌법재판소 판단 요청 사례가 됐다.

2023년 2월 3일엔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첫 선고 공판을 열었다. 사건은 2022년 3월 16일 경남 함안군 군북면 한국제강 하청업체 근로자가 1.2t 철판에 맞아 사망한 사고로, 검찰은 한국제강 법인과 대표이사를 기소했다. 법원은 4월 26일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첫 실형이자 첫 법정구속 사례다.

2023년 4월 27일에는 온유파트너스 대표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법인은 벌금 3000만원을 선고 받으며 첫 '형 확정 및 공표' 사례가 나왔다. 2022년 5월 14일 경기도 고양시 요양병원 증축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5층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한 건이었다.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2023년 8월 28일엔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화성 아리셀 화재 사고로 대표이사와 그 아들인 총괄본부장이 구속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업 대표가 구속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이들은 수원지법 형사14부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법에 따르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 또는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망자 기준으로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민사상으로는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다.

다만 현재까지 법 위반으로 실형 선고를 받은 건수는 4건에 그친다. 법 시행 이후에도 중대재해가 급감하지는 않았다.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 수는 2022년 623명(589건), 2023년 597명(583건), 2024년 589명(553건, 잠정)으로 다소 줄었으나 감소 폭은 크지 않다. 올해 1분기 사망자 수는 137명(129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명 줄었다.

산업재해를 넘어 시민재해 관점에서도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등으로 중대시민재해 관련 첫 기소 사례가 발생했고, 일부 사건은 수사 중이다. 시민재해 리스크를 사전에 검토하고, 기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재점검해 법상 의무 이행 여부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중요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부터 산업재해 예방을 주요 국정과제로 강조해왔으며, 최근 각 부처에 중대재해 예방 및 사후 책임 대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사업주 책임 강화 및 재해 대응 수사도 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대형 로펌들도 중대재해 사건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10대 로펌을 중심으로 사고 발생 시 현장 대응팀 파견, 고객사와의 즉각 화상회의 주관 등 초기 대응 업무를 수행하며 중대재해 대응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몇몇 로펌은 경찰 대응 능력이 새 평가 기준으로 부각되자, 전직 경찰 출신 인력을 전면 배치해 산재 사건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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