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결정에 주주 반발 우려...韓기업 소송 늪에 빠질라

  • 경영진 판단 반발해 법원 가처분

  • 법원 판결에 경영 혼란 가중

  • 사모펀드 기업사냥 확대 우려도

  • 유증·EB 발행 확대 선제대응 늘어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추진과 관련해 경제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경제6단체 부회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이 30일 국회에서 상법개정안 추진과 관련해 경제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경제6단체 부회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법개정안 시행에 따른 부작용 중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사회의 고도화된 경영상 판단이 주주 소송으로 뒤집힐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이사에게 과도한 의무를 지움으로써 배임죄 확대 적용이 우려되고 이로 인해 사외이사 기피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유상증자나 교환사채(EB) 발행 등 기업의 정당한 자본 조달 수단이 막히며 자본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30일 경제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상법 개정을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전문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상법 개정에 따른 글로벌 사모펀드의 한국 기업 사냥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조 교수는 "이사의 충실 의무가 확대되면 엘리엇과 같은 투기자본이 주식을 사서 한국 기업을 공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며 "이사회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힌 주주들을 모두 대변하라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당위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조 교수는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가 주주 눈치를 보는 게 일상화될 것"이라며 "소송을 대비해야 하는 만큼 기업의 중대 의사 결정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수합병이나 투자 등 이사회 결정이 법원 판단으로 뒤집히며 혼란이 가중돼 기업 가치가 하락하고 결국 전체 주주가 피해를 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상법개정안 시행 이후 이사회 결정에 반발한 주주 가처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기업 경영진 대신 법원이 경영상 최종 판단을 내리는 법원 경영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사에게 과도한 책무를 부여함으로써 배임죄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법리상으로 부당하다고 봤다. 지 교수는 "이사에게 부여된 충실의무를 주주에게로 확장하는 것은 대리기사에게 운전 중인 자동차 보험료를 내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주식회사 제도에서 이사는 대리인일 뿐인 만큼 과도한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기업 자본 조달 문이 좁아질 우려도 나온다. 일례로 차입, 회사채 발행과 함께 기업의 3대 자본 조달 수단으로 꼽히는 유상증자는 상법개정안이 시행되면 소액 주주 반발 등으로 인해 이사회가 쉽사리 결의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이에 삼성SD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포스코퓨처엠 등 주요 한국 기업들은 올 상반기에만 5조7000억원 넘는 유증을 추진하며 조기 자본 확충에 나서기도 했다. 2022년 전체 유상증자를 넘어서는 수치이며, 팬데믹으로 인해 유동성이 최대치였던 2021년 상반기 이후 4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상법 개정과 이재명 대통령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공약 여파로 EB 발행 규모도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만 1조2440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 대비 2.16배 늘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발행 결정으로 소송에 휘말린 사례도 나온다. 태광산업 EB 발행이 대표적이다. 태광산업 사측은 EB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회사 운영과 뷰티, 에너지, 부동산 개발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으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번 결정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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