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이 다시 64조원대를 회복했다. 주식 매수를 위한 대기 자금인 예탁금은 통상적으로 주가 흐름에 선행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이번 예탁금 증가세가 개인 투자자의 본격 유입 등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64조214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7일 65조원을 돌파한 이후 소폭 감소세를 보이다 사흘 만에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증시 반등 기대감과 함께 개인투자자의 매수 대기심리가 일부 회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예탁금은 과거에도 주식시장 전환점마다 중요한 신호로 받아 들여졌다. 팬데믹 시기 예탁금은 74조원까지 급증하며 ‘동학개미운동’의 상징적 자금 흐름으로 기록된 바 있다. 당시와 비교했을 때 최근 예탁금 규모는 절대적인 규모에 미치지 못하지만,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이를 두고 개인투자자의 본격 유입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시가총액 대비 예탁금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2021년 동학개미운동이 절정을 찍었을 당시 이 비율은 3.4%에 달했지만, 현재는 2.4%에 머물고 있다. 개인 매수세가 시장을 주도하기엔 아직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해석이다. 거래대금 비중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초 이후 외국인 거래 비중은 30.4%에서 35.1%로 상승한 반면, 개인은 49.9%에서 45.6%로 하락했다. 외국인이 다시 주도권을 쥐는 상황에서 개인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예탁금 증가세는 증시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신뢰 회복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 개인은 약 1조4000억 원 규모를 순매수하며 코스피 3000선 재돌파에 일조했다. 이는 단기적 수급 변화가 아닌, 점진적 투자 심리 회복의 초기 국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정책 기대감도 개인 자금의 유입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당이 추진 중인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설치 방안, 배당소득세 과세 체계 개선,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등이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 이는 2021년과 같은 정책-수급 연계 흐름을 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대목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대기성 자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팬데믹 당시처럼 예금 금리가 1%대까지 낮아질 경우, 상대적으로 기대 수익률이 높은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쏠릴 여지가 크다. 당시 예탁금이 급증한 것도 낮은 금리가 주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코스피가 주요 분기점을 돌파할 때마다 개인 수급이 주도하는 장세가 전개됐다”며 “이번 3000포인트 돌파 역시 개인 참여 확대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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