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대통령실이 추진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또다시 무산됐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22일 "정부는 대통령 취임 직후의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그간 이 대통령의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적극 검토해 왔다"며 "그러나 여러 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에는 이 대통령께서 직접 참석하시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토 정상회의는 오는 24∼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진행되며, 대통령실은 이 기간 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순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날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단행하는 등 중동 정세가 급변하자 대통령실은 결국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른 시일 내에 직접 만나 현안을 논의하자는 데 공감했으며, 이에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양국 정상의 회담을 조율해 왔다.
이 대통령이 지난 16일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캐나다를 방문했을 당시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사태 여파로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귀국하면서 결국 회동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나토 불참을 결정하면서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은 미뤄지게 됐다.
대통령실은 계속해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 같은 경우는 다양한 방면에서 검토되고 있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 추진이 구체화하거나 방안이 나오게 되면 안보실에서 답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일 별도의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또는 10월 말 경북 경주시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첫 대면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토는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의 중요성을 고려해 4년 연속으로 4개국 파트너(IP4)인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를 초청했다. 이에 따라 이번 이 대통령의 불참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불참으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 중 가장 약한 고리로 인식돼 도리어 중국과 러시아의 강압 외교 대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그리고 나토와 여타 인·태 지역 파트너국으로부터는 한국의 새 정부가 동맹과 파트너보다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살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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