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와 의대생 일부가 의정 갈등 장기화로 병원과 학교를 떠난 상황에 대해 의료 정상화를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며 대화의 장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의대 교육이 조속히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학사 유연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다.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22일 대한의료정책학교 주최로 고려대 의대 윤병주홀에서 열린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대담에서 이런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김 위원장과의 간담회는 대한의료정책학교가 전공의와 의대생 등 당사자로부터 의료대란 해결 방안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 의대생 A씨는 익명을 전제로 "이대로라면 또 집단 유급이 발생할 수 있으니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7월 안에는 다 돌아가야 의대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 결국 학사 유연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대생 B씨도 "(졸업을 앞둔) 본과 4학년의 경우 학사유연화 조치가 있더라도 당장 9월부터 의사 국시 실기를 보고 내년 1월에 필기를 봐야 하므로 (일정이) 늦춰지면 수업을 듣는 의미가 없다"며 "최소한 7월 초에는 결론이 나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생, 전공의에게 복귀 기회를 주는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달라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올해 의대에 입학했다는 C씨는 "특혜냐 아니냐 하는 걸 얘기하기보다는 의학교육이 망가질 수 있다는 것,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면서 "원칙보다 더 큰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를 주최한 대한의료정책학교 관계자와 사직 전공의 등도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정부·정치권, 의료계가 모인 공식 논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안나 대한의료정책학교 교장(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의대생 교육과 전공의 수련이 중단되는 현 상황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과 환자가 볼 수밖에 없다"며 "여야의정 협의체를 만드는 등 논의의 장을 열고 잘못된 정책을 빨리 바로 잡아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의대생과 전공의들을 향해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면서 복귀를 고려해달라고 촉구했다. 최 교장은 "(의대생·전공의들이) 어떤 상황이 돼도 우리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식으로만 하면 절대 해결될 수 없고 결국 우리 의료는 자멸의 길로 갈 것"이라며 "이제는 의견을 내서 의료를 정상화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 비대위원장은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저희는 이 상황이 오기까지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더 많이 듣고 더 깊이 설득했어야 했다"며 "그러지 못한 결과가 현재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도 또 의료인도 모두 지쳤고 서로를 향한 신뢰도 멀어졌다"며 "당을 대표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당시 여당 의원들도 대통령을 설득하고 복지부, 교육부 장관을 찾아가 여론을 전달하긴 했지만 솔직히 저희가 더 세게 이야기하지 못했다"며 "여당의 역할에서 대통령을 견제하고 건강한 비판을 하기보다는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을 옹호하고 권력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랬던 게 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대화하고 설득하는 자리가 진작 있었더라면 저희가 야당이 될 일은 없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있다"며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당이 바뀌어서 의료를 정상화하는 데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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