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상승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증권업종이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주요 증권사들의 주가가 연초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정책 기대감에 따른 과도한 선반영과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증권지수는 지난 20일 1317.95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달에만 21.44% 오른 수준이다. 앞서 지난 5월에도 22.45% 오르며 강한 상승세를 지속했다.
종목별로 보면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은 미래에셋증권이 143.2%로 가장 높았고, 이어 한국금융지주(86.6%), 삼성증권(57.3%), NH투자증권(37%) 순이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6월 들어서만 25%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주 상승의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증시 부양 공약과 관련한 정책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KOSPI 5000포인트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취임 이후에는 △상법 개정안 재발의 △배당세제 개편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언급하는 등 정책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거래대금·예탁금 동반 상승…시장 유동성 ‘풍부’
증시 거래대금과 투자 대기자금도 빠르게 늘고 있다. 6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31조원으로, 전월 대비 무려 50.5% 증가했다. 이는 2021년 2월 이후 최고치다.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NXT)의 거래대금도 전월 대비 83.7% 급증한 약 10조원을 기록하며 전체 거래대금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국내 주식 거래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로도 해석된다.
투자자 예탁금과 신용융자 잔고도 동반 증가했다. 6월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65조원으로 전월 대비 13.5% 늘었으며, 신용공여융자 잔고도 19조원으로 6.1% 증가했다. 이는 2021년 연평균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이에 연간 거래대금 전망치도 상향조정됐다.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는 3분기 23조2000억원, 4분기 23조8000억원으로 각각 전년동기 대비 33.3%, 22.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단기 급등 부담…정책 실현력이 핵심 변수”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세에 따른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한다. 장영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권업종은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 0.75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이는 과거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도입 당시(2017년)의 0.9배보다는 낮지만, 2011~2014년 ‘박스피’ 시절 이후 이어진 저평가 상태에선 다소 벗어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정책 기대감만으로는 주가 재평가(리레이팅)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장 연구원은 “업종 전반의 투자의견은 ‘비중확대’를 유지하지만, 본격적인 주가 리레이팅을 위해선 정책의 실현력과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외국인 자금 유입 확대 등 시장 구조적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사주 매입 확대, 배당성향 개선도 증권주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장 연구원은 “올해 기준 배당성향이 35%로 예상되며, 이는 이소영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의 기준 배당성향과도 맞물리는 부분”이라며 “배당 확대는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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