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자 궁지에 몰린 이란이 핵폭탄 제조를 결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이란이 포르도 핵시설을 공격받거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암살당할 경우 핵무기 제조를 결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이 많은 양의 핵탄두 연료를 비축하고 핵무기 완성을 위한 부품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아직 핵무기를 제조할 결단을 내린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NYT는 이란이 핵보유를 아직 결단하지 않았다는 점, 이란이 핵폭탄을 제조하는 데 이스라엘의 주장보다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미국 정보기관들의 공감대라고 짚었다. 한 고위 정보당국자는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2003년 핵무기 개발을 금지한 종교적 칙령인) 파트와는 현재도 유효하다"며 "이란이 보름 안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평가는 기우"라고 말했다.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실제 핵무기를 제조하려면 몇 달, 길게는 1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폭탄 제조가 임박했다는 첩보를 제공했으나, 미국 정보당국은 이 같은 첩보가 이란이 실제로 핵폭탄 제조를 결정했다는 증거는 아니라고 봤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의 털시 개버드 국장은 지난 3월 25일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보당국자들은 NYT에 "이란의 의도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들의 평가는 3월 이후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은 이 같은 자국 정보기관들의 분석보다 이스라엘 모사드의 정보를 더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란은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췄다는 게 명확하다"며 "남은 것은 최고지도자(하메네이)의 결단뿐이고, 결정을 내리면 몇 주 안에 핵무기 생산을 완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J D 밴스 부통령은 3월에 공개된 정보당국의 기존 입장(개버드 국장의 발언) 이후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나 무기 개발 의도에 대한 새로운 '팩트'가 아니라, 기존에 수집된 정보에 대한 새로운 '분석'일 뿐이라는 게 정보당국자들의 지적이라고 NYT는 전했다.
엇갈리는 분석과는 별개로 이란의 농축우라늄 비축량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데에는 미국 정부 내 견해가 일치한다. 개버드 국장은 3월 의회 발언에서 "이란의 농축우라늄 비축량은 최고 수준이며 핵무기가 없는 국가로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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