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적자' 심화 배경은… 낮은 보상·단기 성과 집착·열악한 인프라

  • 첨단분야 급여, 美비해 10배 차이 나기도… 마음은 '흔들'

  • 中도 파격 대우로 스카우트… 구조적 문제 들여다봐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미래 부를 책임져야 하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 우수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한국은 인재가 가장 큰 자원이고 수출로 일으킨 나라지만 이제 '인재도 수출하냐'는 자조 섞인 탄식이 나온다. 첨단산업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 비해 여러모로 불리한 여건에서 '인재 적자'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 AI강국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에 따르면 인재 유출의 주 요인으로는 해외 대비 낮은 처우, 장기 비전 부재, 제한된 인프라 등이 꼽힌다. 

우선 낮은 급여로 대표되는 처우 문제다. 첨단기술 연구원 등 관련 종사자 연봉은 미국에서 일하는 경우와 비교해 60~80%가량 차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유의 연공서열식 보상 시스템하에서 능력에 따른 연봉 책정을 하는 회사는 드물다. 업무가 글로벌화된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들 전문 인력이 미국·중국으로 일터를 옮기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것이다. 

단기 실적 중심인 평가 체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량 중심 평가 풍토 속에서 창의적이고 장기 연구 과제를 이어갈 유인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연구 인프라 한계도 거론된다. 미국과 중국은 정부가 직접 나서 거대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기업의 자발적 노력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 연구개발비와 대형 시설 투자가 부족하고 연구를 지원할 인력도 부족해 절차적 업무에 매몰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국제 협력 및 네트워크 활동에 한계가 있고 산학연 연계가 부족해 인재를 기술 분야로 자연스럽게 진입시켜 육성하는 경력 개발 시스템도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상의는 "상위 성과자일수록 해외 이주 비중이 높아 '유능할수록 떠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유능한 인재 유출과 함께 소위 '산업 스파이'에 의한 기술 유출도 큰 문제다. 수십 년간 쌓은 기술 근간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에서 전직한 협력사 부사장 일당이 중국 반도체 업체에 반도체 관련 국가 핵심기술 등을 유출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다. 지난 2월에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로 적을 옮긴 삼성전자 전 부장이 국가 핵심 기술인 삼성전자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무단 유출한 협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중국이 한국 반도체 등 첨단 산업 기술을 탈취하는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마수를 뻗친 지 이미 10년도 넘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서 근무한 메모리 분야 인재들에게 중국 CXMT와 양쯔메모리(YMTC)에서 무차별적으로 인재를 빼가고 있다. 기존 연봉 대비 2.5배 이상을 제시하거나 현지 체류비와 가족 생활비 일체를 제공하는 파격 조건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더 이상 빼낼 한국 기술이 없는 상황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푸념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AI 분야에서 이미 우리나라를 압도하고 있고, 반도체도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왔다.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D램 시장에서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점유율은 5%까지 높아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을 위협하고 있다.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술자가 중국으로 기술을 빼돌리는 문제는 일단 개인의 양심과 도덕성 결여 문제로 해석되나 근본적으로는 국내 첨단 업계의 열악한 처우 등 구조적 한계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핵심 인력 임금은 한국과 미국에서 많게는 10배까지 격차가 난다"며 "첨단 기술 분야는 결국 인재를 얼마나 잘 확보해 적재 적소에 투입하느냐로 성패가 갈리기 때문에 인재 유출을 막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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