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양가 고공행진 기조가 올해도 이어지면서 공공주택의 분양원가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다. 민간은 물론 공공에서도 분양가 줄인상이 거듭되는 가운데 공공주택의 분양가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측이 사회적 갈등과 사업 위축 등의 부작용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나타내고, 사실상의 분양가 조정 압박으로 작용해 공급 위축마저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돼 제도화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 등 10명의 국회의원은 최근 LH 공급 주택의 분양원가와 자산 평가액을 공개하도록 한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LH 공공주택 분양 시 △건축비 △택지비 △간접비 등 공공주택의 원가 구성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대표 발의자인 황 의원은 발의안의 개정 취지로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분양가 투명성·적정성 확보를 들며 조속한 분양원가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분양원가 공개 의무화 법안은 앞서 20대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최근 분양가 상승 바람을 타고 공공주택의 분양원가부터 우선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날 발표한 ‘5월 말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3.3㎡당 약 4568만원으로 1년 전인 2024년 5월(3870만원)에 비해 약 18% 올랐다. 수도권 전체 평균 분양가 역시 3.3㎡당 2879만원으로 같은 기간 11% 가까이 뛰었다.
분양원가 공개 개정안이 재차 발의되면서 LH와 건설업계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새로 출범한 정부가 공공택지 중심의 공공주택 공급을 강조하고 있어 제도화 가능성도 있다고 업계 일각에선 보고 있다.
그러나 LH는 원가공개 법안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주택사업 구조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수도권 내 분양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을 수익성이 낮은 지방 임대주택 등에 투입하는 ‘교차 보전’ 구조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 간 사업장 별 분양가 인하 압박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며 사회적 갈등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전체 분양원가는 아니지만 현재도 공고문을 통해 아파트 건설 원가 등은 모두 공개하고 있어 분양원가 공개로 인한 실익이 크지 않다”면서 “분양 이익을 3기 신도시나 임대주택건설, 주거복지 사업 등 정부정책사업에 재투자하고 있으나 (전체 분양원가 공개 시) 수익을 개별 사업지에 돌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공사비의 급격한 상승으로 수도권 공공분양주택도 수익에서 손실로 전환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건설업계 역시 분양원가 공개 현실화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수도권의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 분양원가 공개는 곧 민간 분양가에 대한 하향 압력으로도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 민간의 공공사업 참여 위축으로 결국 공급 지연이 발생하고 공급 부족으로 분양가 등 주거 부담이 커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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