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국내에서 유일하게 방산 핵심소재 안티모니를 생산하는 고려아연이 처음으로 미국 수출에 성공하며 글로벌 전략광물 공급망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중국의 수출 통제와 자원 무기화로 전략광물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 기업이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최근 안티모니 20t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항으로 향하는 화물선에 선적했다. 이 물량은 다음 달 미국에 도착한 뒤 현지 전문 수입업체를 통해 주요 방산기업 등 10여개 업체에 공급될 예정이다.
고려아연이 안티모니를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수출은 스팟(단기) 거래 형태로 이뤄졌으며, 고려아연은 향후 다양한 거래처와의 협상을 통해 장기 공급 계약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대미 수출 물량은 총 100t 수준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월 20t씩 연간 240t 이상으로 수출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안티모니는 반도체, 배터리 등 다양한 산업에 사용되는 핵심광물로, 국내에서는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이 정한 전략광물 28개 중 하나다. 특히 철갑 저격탄 제조용 합금, 군사용 전자장비, 항공우주 분야 합금, 고내구성 납축전지, 잠수함용 밸러스트 등 군수·첨단 산업 전반에 폭넓게 활용된다. 미국 F-35 전투기의 미사일 경보 시스템에 탑재된 적외선 부품에도 안티모니가 사용된다.
세계 최대 안티모니 생산국인 중국이 지난해 8월부터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글로벌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이번 수출은 단순한 판로 확보를 넘어 한국 기업이 미국의 전략광물 공급망 다변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수입한 안티모니의 6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동맹국인 한국에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반기는 분위기다.
고려아연은 지난 2014년 안티모니 사업에 뛰어든 이후, 순도 99.95%의 고순도 안티모니 생산 기술을 확보한 국내 유일의 생산업체로 성장했다. 현재 생산량의 약 70%는 국내 기업에, 30%는 해외에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해 약 3500t을 생산했다. 올해는 생산량을 더 늘릴 계획이다.
실제 올해 1분기 고려아연의 안티모니 판매량은 971t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배 증가한 596억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안티모니 대미 수출이 본격화되면 글로벌 전략광물 허브로서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