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패키지의 민낯] 19만9000원 해외 여행… 모든 선택관광 더하니 100만원 추가

  • 대형 국적기 항공편에 4·5성급 호텔, 특식 포함 상품으로 중국 등 관광

  • 현지 도착하니 가이드가 선택옵션 종용… 자유일정은 추가 지불해야

  • 버스 안에서 물건 판매… 노쇼핑·노옵션으로 거절하면 불성실하게 응대

중국 상하이 상점거리인 예원상성 「사진=김다이 기자」
중국 상하이 상점거리인 예원상성 [사진=김다이 기자]

직장인 성모씨(33)는 지난달 20만원대에 판매하는 여행사 패키지를 통해 3박 4일 중국 상하이 여행을 다녀왔다. 대형 국적기 항공편에 4성급 호텔, 전 일정 식사가 포함된 상품이었다. 패키지 상품 상세 페이지에는 ‘쇼핑센터 3회’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단순히 쇼핑몰을 이용하는 일정이라고 생각했고 선택관광 시간에는 자유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다.

성씨는 출발 전 고객센터에 한 번 더 문의했다. 선택옵션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 묻자 여행사 고객센터는 “선택관광을 하지 않는 고객에게는 대체일정을 안내하고 있다. 근처에서 다른 일행이 선택관광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거나 자유시간을 보내면 된다”며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강요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 마주한 상황은 달랐다. 현지 가이드는 “150달러 이상 선택옵션은 무조건 해야 한다. 안 하면 우리가 남는 게 없다”면서 “자유일정을 보내고 싶으면 하루에 100달러를 추가로 지불하라”고 강조했다.

단체 쇼핑 일정으로는 침향, 라텍스, 보이차를 판매하는 쇼핑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100만원 넘는 침향 세트 구매를 종용했으며 구매자가 없는 곳에서는 개별적으로 판매를 압박하기도 했다.

성씨는 “저가 패키지여행은 처음 다녀왔는데 선택옵션을 포함하면 추가로 40만원 가까이 지불했다”며 “쇼핑센터 3곳까지 들르느라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아서 다음부터는 노옵션·노쇼핑 패키지를 이용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선택 아닌 선택관광, 옵션은 필수

항공권 비용에도 못 미치는 10만~20만원대에 떠날 수 있는 해외여행 패키지.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선택관광 강요와 쇼핑 압박 등으로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다.

다만 저렴하다는 이유로 이를 찾는 수요가 꾸준해 초저가 해외여행 패키지는 여전히 여행사 상품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1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접수된 여행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3922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국외여행 관련 피해는 3356건으로 전체 중 85.6%를 차지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계약해제 시 과도한 위약금 청구, 환급 불이행·지연 등 계약 관련 피해가 2587건(66.0%)으로 가장 많았다. 일정 변경, 현지 가이드 불만, 숙소 문제 등 여행 품질 관련 피해도 996건(25.4%)에 달했다.

특히 ‘노쇼핑·노옵션’ 상품을 구매했음에도 가이드의 쇼핑 강요와 불성실한 응대가 문제로 제기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한 소비자는 “노쇼핑·노옵션 패키지를 계약했지만 가이드가 지속적으로 쇼핑을 강요했고 이를 거절하자 가이드는 불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중국의 패키지 쇼핑옵션에 포함된 라텍스 쇼핑장소 사진독자제공
중국 패키지 여행 쇼핑옵션에 포함된 라텍스 판매 장소. [사진=독자 제공]
 
◆“배보다 큰 배꼽”··· 패키지 선택옵션, 상품 가격 2배 수준

이러한 초저가 해외여행 패키지 논란은 최근 여행 유튜버 ‘레리꼬’를 통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해당 유튜버는 지난 3월 18만9000원에 다녀온 중국 칭다오 여행기를 본인 채널에 공개했다. ‘XX투어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상품을 팔았을까’라는 제목으로 된 영상에는 설명이 부족한 현지 가이드 모습과 선택관광을 강요하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영상은 조회 수 176만회를 넘겼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으로 떠나는 초저가 여행 패키지는 ‘마이너스 옵션 패키지’로 불린다. 왕복항공권·호텔 비용만으로도 이미 상품 가격을 초과하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선택관광 수익으로 이를 보전하는 구조다.

실제 한 여행사가 판매 중인 19만9000원짜리 중국 칭다오 3일 패키지 상품은 5성급 호텔 숙박과 특식 제공, 산둥항공 이용 등을 내세우고 있다. 패키지 가격만으로는 왕복항공권 가격을 보전하기에도 역부족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패키지 가격 외에 많은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여행 가이드 비용 40달러에 모든 선택 옵션을 추가하면 720달러를 더 내야 한다. 온전한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100만원이 추가로 드는 셈이다.

여행사는 선택관광에 참여하지 않아도 추가 비용이나 일정상 불이익이 없다고 안내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현지에서는 선택관광에 참여하지 않으면 현지 여행사(랜드사)가 수익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현지 가이드는 여행객이 모든 옵션을 이용하도록 설득에 나선다. 패키지에 쇼핑 일정이 포함돼 있지 않으면 가이드가 버스 안에서 직접 물건을 판매해 수익을 남기기도 한다.

최근 어머니와 함께 중국 저가 패키지를 이용한 장모씨(34)는 “왕복항공권 비용만 해도 40만원을 훌쩍 넘어 패키지를 알아보다가 20만원대 패키지 상품을 선택하게 됐다”며 “숙박과 식사까지 포함된 가격이 믿기지 않아 반신반의했는데 결국 현지에서 가이드 요구에 의해 선택옵션 비용으로 37만원을 더 냈다. 직접 와보니 왜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팔 수 있는지 이해가 갔다”고 말했다.

반면 자주 이용해 본 중장년층 여행객들은 이러한 수익 구조에 대해 이해하며 선택옵션 이용과 쇼핑센터 방문을 비교적 수긍하는 분위기다.

초저가 패키지를 선호한다는 최모씨(62)는 “올해만 베이징, 태국, 장자제 등 국외여행을 세 번 다녀왔는데 선택옵션은 되도록이면 다 참여하려고 한다”며 “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가는 만큼 추가 비용을 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쇼핑센터에서는 현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건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서 자주 쇼핑하는 편이다. 서로 기분 좋게 여행하는 방법이라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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