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우리나라와 대만이 대조적인 수출 행보를 나타내며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은 수출이 소폭 감소한 반면 대만은 역대급 수출 호황을 맛봤기 때문이다.
두 나라 모두 경제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지만 대만은 미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극대화되며 한 달 총 수출액 역대 최대 기록을 쓴 반면 우리나라는 수출이 소폭 감소했고 미국 수출도 크게 감소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대만의 5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8.6% 증가한 517억4000만 달러(약 70조1200억원)를 기록했다. 월간 수출액이 500억 달러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전년비 상승률도 15년 가장 컸다.
특히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4% 급증한 155억2000만 달러(약 21조40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전달의 증가율 29.5%를 크게 상회했다. 품목별로는 전자부품 수출이 전년 대비 28.4% 증가한 172억 달러(약 23조7300억원)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30.1% 증가했다.
대만의 수출 확대는 반도체가 이끌고 있다. 엔비디아와 애플 등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계약 칩 제조업체인 TSMC 와 폭스콘 등 거대 기술 기업이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대미 수출액이 폭증한 것도 반도체 수출에 따른 효과다.
특히 미국의 90일간 관세 유예 조치를 기회 삼아 해외 고객의 선제 발주를 유도했으며, 인공지능(AI), 고성능 컴퓨팅(HPC), 반도체 패키징 등 기술 중심 산업의 수요 폭발이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밖에 수출 주력품이 반도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자동차·철강 등 관세 압박을 받는 품목이 수출에 타격을 주지도 않았다.
반면 한국은 지난달 572억7000만 달러(약 78조2812억원)를 수출하며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그 중 대미 수출액은 100억 달러(약 13조6688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8.1% 감소했다.
무역수지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5월 무역흑자 48억 달러(약 6조5610억원)로 비교적 평이한 흐름을 유지했으나 대만은 126억2000만 달러(약 17조25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한국도 반도체·가전 등 일부 품목 수출이 확대됐지만 자동차·철강 등 미국 관세에 타격을 받는 분야의 수출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이 기간 대미 수출액 중 자동차는 32%, 철강은 20.6%나 줄었다.
업계에서는 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무역수지 악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도 대만 반도체 수출 확대처럼 미국이 수입 외에 대안이 없는 혁신 제품을 창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품목 비중이 달라 한국과 대만의 수출 양상을 단순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대만 TSMC가 미국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것이 수출 확대 주요인인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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