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제네바 합의' 이후 반도체와 희토류를 둘러싸고 공방을 주고받던 미·중 양국이 타협안에 합의한 가운데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및 희토류에 대한 수출통제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양 정상의 승인을 비롯해 각종 장애물이 남아있는 가운데 이번 타협안의 실행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중 양국은 이날 런던에서 이틀째 고위급 무역 회담을 갖고 '제네바 합의' 실행을 위한 프레임워크 구축에 합의했다.
미국 측 대표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경제 대국이 프레임워크 구축을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중국 측 대표인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장관급) 겸 부부장도 양국이 프레임워크 구축에 "원칙적 합의"를 이루었다며 "우리가 이룬 진전이 신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양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합의 내용을 승인하면 본격적으로 프레임워크 구축에 나설 전망이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완화하고 미국은 대중국 반도체 및 첨단 기술 제재를 낮추는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공급을 재개하는 대신 미국은 일부 대중국 수출통제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한 회담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러트닉 장관 역시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문제가 이 프레임워크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이 희토류 수출 승인을 늘리면 "우리의 수출 (통제) 조치도 완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국은 지난달 제네바 합의를 통해 서로에 대한 관세를 90일간 각각 115%포인트씩 낮추고, 중국은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응해 내놓은 희토류 수출통제 등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후에도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도체 등 각종 대중국 제재를 시행했고, 중국은 이에 반발하며 재차 긴장감이 고조됐다. 그러던 중 지난 5일 양국 정상이 통화를 갖고 이번 주 고위급 무역 회담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로 인해 미국은 자동차와 방산 등 주요 산업이 심대한 차질을 빚어 왔다.
합의안 실행 의구심
양국의 일단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한 모습이다. 이에 11일 아시아장에서는 미·중 협상 타결 소식에 투자 심리가 개선되며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 주요 증시가 대거 상승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시 립스키 지리경제학센터 소장은 "그들(미·중)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며 "그래도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하지만 향후 양국의 합의안 실행을 두고 의구심이 여전한 가운데 신중론도 제기되며 증시 상승폭은 제한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는 가운데 최종적 합의 및 실행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고, 양국이 지난달 제네바 합의를 이루었음에도 재차 불협화음이 나타난 상황에서 이번 합의의 유통기한 역시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또한 양측의 합의안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것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양측이 "원칙상"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구체적인 사안이 결정되지 않았을 때 사용하는 단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호주 금융 서비스업체 KCM트레이드의 팀 워터러 수석 시장 연구원은 "양측 모두 이번 런던 회담에서의 진전을 자랑했지만 분명한 합의에 이르기까지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다"며 "각종 변수 및 불확실성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또한 이번 협상의 쟁점이 됐던 반도체, 첨단 기술과 희토류가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갈등 역시 쉽사리 수그러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희토류 등 주요 전략물자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 계획이 마련될 전망이라고 입수한 합의문 초안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울러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주중국 미국 대사관은 기존에 14세 미만 아동에게 적용하던 비자 인터뷰 면제 조항을 폐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인 유학생 비자 정책 강화의 일환으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 "중국 공산당과 관련이 있거나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분야에서 연구하는 이들을 포함해 중국 학생들의 비자를 공격적으로 취소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8월 10일까지 일시 유예된 미·중 간의 고율 관세도 이후에 다시 갈등 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다. 이처럼 미·중 갈등이 구조적으로 바뀌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합의안을 둘러싼 의구심도 여전한 모습이다.
호주 은행 커먼웰스뱅크(CBA)의 캐롤 콩 연구원은 "양측이 포괄적인 무역 합의를 이루는 것은 여전히 매우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번 런던 회담에서 합의된 프레임워크가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을 가능성은 회의적으로 본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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