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30년 마침표"...다시 기지개 켜는 日 반도체

  • 전 단계 건너뛰고 차세대 AI 메모리칩 개발 '올인'

  • 日정부, 2020년대 들어 16조 투입…팹리스 육성 목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때 반도체 최강국으로 군림하다 우리나라에 왕좌를 내준 일본이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건너뛴 채 차세대 인공지능(AI) 메모리칩 개발에 뛰어들었다. 내연기관에 집중하는 대신 전기차 대중화로 승부를 건 중국의 행보와 유사한 전략이다. 일본이 반도체 관련 '잃어버린 30년'을 만회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는 최근 도쿄대·미국 인텔과 손잡고 저전력 AI용 메모리 개발사인 '사이메모리(Saimemory)'를 설립했다. 소프트뱅크는 이 회사에 30억엔(약 29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인텔은 기술적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이메모리는 새로운 '적층형 D램 칩'이 HBM 대비 전력 효율성을 50%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27년 시제품을 출시하고 2030년 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이메모리는 막대한 투자가 필수적인 D램 직접 생산 방식이 아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를 표방한다. 직접 설계한 AI칩 제조를 TSMC에 맡긴 엔비디아를 벤치마킹한 셈이다.

일본 정부도 반도체 산업 부흥에 팔을 걷어붙였다. 2021년 '반도체·디지털 산업 전략' 수립 후 2023년 단계별 실행계획을 구체화하고, 미국·네덜란드·대만 등과 연계해 차세대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 중이다. 또 국립 이화학연구소(RIKEN)와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투입한 자금만 1조7200억 엔(약 16조1662억원)에 이른다.  

일본은 1980~1990년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호령했다. 전성기 때는 과반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의 견제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2012년에는 마지막 D램 제조사 엘피다가 파산했다. 지난해 일본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7.8% 수준이며 대부분이 수익성 낮은 범용 제품이다.

미·중 갈등 일환으로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면서 일본에도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기술력 지체로 만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일본 민관의 반도체 진흥 의지는 상당해 보인다. 차세대 AI용 메모리 분야에서 진척을 이뤄내면 향후 경쟁적 존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반도체 명맥이 장기간 끊기면서 인력 수급이 단절됐기 때문에 (경쟁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부문에 강점이 있는 만큼 인텔 등 해외 기술을 적극 도입해 차세대 품목을 준비하는 데 사활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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