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식 거래 활성화 바람이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로 확산하고 있다. 개장 전과 마감 후 시간외 거래시장에서 이뤄지는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의 거래대금이 두 달 새 5배 넘게 급증했다.
8일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지난 5일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 40분~8시)의 일일 거래대금은 총 2조5042억8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4일 NXT 정식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초기 10개 종목으로 출발했던 NXT는 3월 말 기준 거래 가능 종목을 796개로 대폭 확대했다. 이에 따라 거래대금도 같은 기간 4556억1000만원에서 5.5배가량 늘었다. 특히 뉴욕증시 영향 등 글로벌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프리마켓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다. 지난 한 달간 프리마켓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9209억4800만원으로, 3시간 넘게 열리는 애프터마켓(7491억5100만원)보다 높았다. 지난 5일에는 프리마켓 거래만으로도 1조5989억원이 넘었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 움직임과 밤사이 나온 주요 해외 뉴스를 반영하려는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장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는 개장 전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넥스트레이드의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상승 중이다. 지난 3월 31일 기준 16.3%였던 국내 주식시장 내 거래대금 점유율은 현재 30% 수준까지 확대됐다. 한국거래소(KRX) 중심의 거래구조에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빠른 성장세 속에서도 넥스트레이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거래량 급증에 따른 리스크를 막기 위해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거래가 제한되는 규정도 그대로 유지 중이다. 구체적으로, 넥스트레이드의 6개월 일평균 거래량이 시장 전체의 15%를 넘으면 전체 거래가 제한되고, 개별 종목도 30% 이상이면 해당 종목 거래가 중단된다.
NXT 측은 금융당국과 협의를 이어가면서도 외형보다는 안정적 운영에 무게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증권사들의 시장 참여를 확대하는 ‘2차 오픈’ 일정도 당초 계획했던 9월에서 10월 말로 연기했다. 시스템 오류 등 기술적 보완을 우선시하겠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출범 이후 일부 증권사에서 발생한 주문 장애 사례들이 시장 불안을 키운 바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도입도 속도 조절 중이다. 당초 연내 도입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유동성 공급자(LP) 확보, 시장 제도 정비, 운용사 협의 등이 병행돼야 하는 만큼, 올해 안 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NXT는 프리·애프터마켓이라는 독자적인 거래 플랫폼으로 분명한 차별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제도적 기반과 기술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ETF나 파생상품까지 영역을 넓힐 경우, 국내 증권시장 구조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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