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치러진 제21대 한국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나오면서 외신들도 이를 집중 보도했다. 아울러 외신들은 차기 정부가 대내적으로는 사회 분열과 경기침체, 대외적으로는 미국발(發) 관세 전쟁과 한반도 비핵화 등 산적한 과제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미국 AP통신은 "출구 조사 이전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보수 세력에 대한 대중의 깊은 분노에 힘입어 이 후보가 쉬운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측됐다"면서 "이번 선거는 한국의 튼튼한 민주주의를 확인하는 또 다른 결정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실패한 비상계엄 시도 이후 지난 6개월간 한국의 정치적 위기에 전환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최근 수십년 동안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대통령 중 한명으로 집권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리더십 부재 속에 미뤄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이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아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미국의 폭탄 관세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매긴 상호관세는 25%로 동맹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반도체,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한국의 수출 주력 품목을 겨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차기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세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에 대해 “미·중 경쟁이 심화하며 일본과 한국까지 4개국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아시아에서 넷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갖춘 한국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후보 승리로 한국의 외교 기조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이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에 대해 경고한 좌파 성향 정치인인 이 후보가 한국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측됐다"며 "이는 중국과 북한에 대한 한국의 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결과"라고 평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외교 측면에서 이 후보가 국익을 중시하는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모든 국가와 좋은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북한과 중국에 유화적 태도를 보인 반면 미국과 일본에는 강경한 기조를 보여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후보가 유세 기간 중 한미 동맹과 한일 관계 역시 중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부연했다.
중국 언론들은 윤석열 정부의 친미 정책이 역전되고 미중 간 균형외교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치며 차기 정부가 미·중 양국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에도 주목했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은 "한국 여론은 어느 진영의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외교 분야에서 미·중 양국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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