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2차 협상이 2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츠라안 궁전에서 17일만에 열렸으나 양측은 악수도 생략한 채 약 1시간 만에 협상을 종료했다. 휴전 등 핵심 쟁점에서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1차 협상도 약 1시간 30분 만에 끝난 바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휴전, 전쟁포로 교환, 정상회담 등을 논의했으나 결국 1차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전쟁 포로와 전사자 시신 교환에 합의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휴전 조건으로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합병한 크림반도에 대한 국제적 인정,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불가 및 중립국화, 러시아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 등 높은 요구 사항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양측은 중증질환자 전쟁 포로 및 25세 미만 병사 포로 전원을 상호교환하고 전사자 시신을 약 6000구씩 맞교환하는 것에만 합의했다. 튀르키예 외무부 대변인은 협상 종료 후 “나쁘게 끝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 각국은 러시아에 휴전 협상을 압박한 가운데 2차 협상은 지난달 2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성명을 통해 “6월 2일 이스탄불에서 2차 직접 협상을 열고 러시아 측 각서를 제시할 준비가 됐다”고 일방적으로 밝히면서 추진됐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각서를 미리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다가 전날에야 2차 협상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차·2차 협상을 모두 중재한 튀르키예는 자국과 미국을 포함한 4자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스탄불이나 앙카라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고, 이 회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백악관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튀르키예에서의 우크라-러시아의 회담 참석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그는 (러·우) 양측 정상이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2차 협상 직전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4곳을 드론으로 기습 공격해 투폴레프-160 등 군용기에 약 70억 달러(약 10조원) 상당의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를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 수준의 충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 공격은 러시아와 2차 협상 직전에 공격을 가하며 심리적 부담감을 키우는 동시에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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