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①] 좋아서 시작했고, 그래서 계속한다…번역가 황석희

'번역: 황석희'라는 이름은 이제 하나의 신뢰가 되었다. 자막을 넘어 감정과 캐릭터의 숨결까지 옮겨내는 그의 번역은, 관객의 몰입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번역가가 되기까지 확신보다 질문이 많았고, 이름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그저 조용히 글을 옮겼다.

글쓰기보다 번역이 더 좋다고 말하는 그는, 오늘도 언어와 감정 사이의 가장 미묘한 균형을 찾는다. 이 인터뷰는 번역이라는 예술을 삶으로 살아낸 한 사람의 기록이다.

 
황석희 번역가 사진 황석희 번역가
황석희 번역가 [사진= 황석희 번역가]


작가로서 글을 쓸 때와 번역가로서 글을 쓰는 것 중 어떤 게 더 적성에 맞나
-적성이라기보다 번역이 워낙 익숙하다. 글쓰기를 번역만큼 오래 한다면 글쓰기가 더 익숙해질 수도 있다. 둘 다 흥미로운 일인 건 틀림없다. 둘 중 좋아하는 하나를 고르라는 질문이라면 번역을 더 좋아한다. 글쓰기는 저를 통째로 환기할 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이다.

대학교 3학년 때, 임용고시 생각을 접고 ‘옮김 황석희’라고 적힌 책이 한권 갖고 싶어서 번 역가를 시작하게 됐다. 책뿐만 아니라 많은 영화 번역을 통해서 알려졌는데 처음 ‘번역: 황석희’를 본 순간의 기분이 궁금하다
-비현실적이었다. 방금 내가 제대로 보긴 한 건지, 크레딧이 뜨긴 했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그날 집에 와서 잠을 잘 때도 비현실 같다는 기분이 여전했다. 당장 크레딧을 한 번 봤다고 해서 내일부터 내 삶이 달라질 것도 아니고 그 길로 꾸준히 영화를 번역하는 번역가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현실감은 그대로였지만 워낙 오랜 시간 동경하던 순간이라 태어나 제일 큰 성취감을 느낀 날이었다.

번역가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언제 들었나. 한계에 부딪힌 일은 없었나
-확신이 들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쳐내기 바빴다. 그러다 보니까 경력이 한 줄, 두 줄 쌓였을 뿐이다.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은 생각보다 많다. 많이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고, 어떤 작품은 정말 역부족이란 생각이 들어서 엉엉 울다시피 작업한 일도 있다. 워낙 다양한 장르, 다양한 주제, 다양한 소재를 다뤄야 하는 일이다 보니까 개인의 역량 이상의 것이 요구되는 일이 많다.
 
황석희 번역가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황석희 번역가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번역가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과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이름이 알려지기 전까진 늘 백수 취급이었던 것 같다. 수입이 얼마 건 집에서 일을 하면 주변에서 보기엔 백수나 별 다를 게 없으니까. 주변에선 시종일관 걱정이었고 하루 빨리 안정적인 직업을 찾으란 말을 지겹게 들었다.

황석희를 만족 시키는 완벽한 번역은 뭔가
-소위 자동 음성 지원이라고 하는 말처럼 외국어 자막을 읽으면서도 귀로는 한국어가 들리는 것 같은 자막을 만들었다면 만족스럽다. 장면과 캐릭터를 제대로 옮겼다는 뜻이 되니까 말이다.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한 습관이 있나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하는 특정한 습관이 있는 건 아니다. 여러 커뮤니티 글이나 SNS를 살피는 건 딱히 특정한 목적이 없는 습관이지만 감에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요즘 언중의 말을 누구보다 많이 접해야 할 필요는 있다.
 
황석희 번역가와 사진 김호이 기자
황석희 번역가와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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