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월 26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자국 재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의 휴전 협상 중재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 수위를 올리며 점령지를 확대 중이다.
우크라이나에 협상을 제안한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을 피하고 전쟁을 지속하려는 의도적인 위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의심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이런 분위기 속 오는 2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예정된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이 성사될지는 안갯속이다.
1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달 31일 수미주 보돌라이, 동부 도네츠크주 노보필 등을 추가로 장악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날 이른 새벽 시간부터 우크라이나에 드론 109대, 미사일 5기 등을 동원해 공격했다.
이반 페도로우 자포리자 주지사는 이번 공격으로 9살 어린이가 사망하고 16살 청소년이 다쳤다고 전했다.
항구도시 헤르손에서도 러시아의 폭격에 1명이 숨졌다. 우크라이나도 드론 공격으로 맞섰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에 14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동북부 러시아 접경 수미주의 11개 마을에 추가 대피 명령을 내렸다.
수미주 당국은 “이 결정은 국경 지역 마을 민간인의 생명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미주 관내에서 지금까지 대피 명령이 내려진 마을은 총 213곳이라고 당국은 덧붙였다.
올레흐 흐리호로프 우크라이나 수미 주지사는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노웬케, 바시우카, 웨셀리우카, 주라우카 등 4개 마을이 러시아군에 점령됐다고 알렸다.
최근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 일대를 탈환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국경 마을을 잇달아 점령하며 ‘완충지대’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주 초 러시아가 수미주 근처에서 5만명 이상의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며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정부 회의에서 “국경을 따라 필요한 보완 완충지대를 조성하는 결정이 내려졌다”며 “우리 군이 현재 이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양국이 서로 피해를 주고받는 상황에서 러시아 측이 제안한 6월 2일 휴전 협상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성사될지는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앞서 러시아 크렘린궁은 자국 대표단이 오는 2일 우크라이나와 2차 협상을 위해 이스탄불로 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는 휴전 조건 등을 담은 각서 초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단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분명한 휴전을 보장해야 이번 회담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자국 휴전 관련 요구사항을 이미 러시아 측에 보냈으니 러시아의 휴전 관련 각서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이런 태도가 그저 시간을 끌기 위한 기만전술이라고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의미 있는 결과를 위해서는 의제가 명확해야 하며 협상이 제대로 준비돼야 한다”며 “러시아는 잠재적 차기 협상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도록 하려고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U, 러 휴전 고의 지연 의심…트럼프 “푸틴 종전 의지 2주 후 판단”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은 러시아가 점령지를 조금씩 늘려가면서 휴전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튀르키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휴전 압박과 중재 노력에 일부분 호응하는 듯한 외형을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성사 가능성이 희박한 협상을 통해 전쟁을 이어가기 위한 형식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영국과 프랑스 당국자들이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과 관련해 미국 지원 없이 유지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에 휴전 후 안전보장군을 파병하는 안을 계획 중인 영국과 프랑스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손을 뗄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자들은 이에 논의의 초점을 유럽 병력 파병을 통한 휴전 협정 지원으로부터 미국 지원 없이 우크라이나의 장기적 방어를 유지하는 방안으로 옮기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종전 의지를 “2주 후에 판단하겠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제시했다.
향후 2주 내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2차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보류하고 협상 진척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대대적인 공습을 언급하며 “며칠 전에도 협상이 진행 중이라 할 수 있는 시점에 사람들이 죽었다. 정말, 정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이 이어지자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을 향해 “미쳤다”, “불장난을 하고 있다” 등의 표현을 쓰며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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