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조기 대선이 가까울수록 거대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통령 후보 명의 임명장’을 무분별하게 계속 살포하고 있는 점이 드러났다. 임명장을 받은 상당수가 평소 모르는 번호로 일방적으로 문자를 받아 양당이 세(勢)를 드러내기 위해 유권자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사용한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아주경제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서울 마포구에서 거주하는 더불어민주당 20년 당원인 김 모 씨(43세)는 지난 24일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입니다”며 “선생님께서 국민의힘 선대위 임명에 동의하신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평소 모르는 번호로 문자를 받았다.
임명장에는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직능총괄본부 전국체육총괄본부 위원에 임명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문자 끝부분에는 “입력/임명 오류로 인해 수신된 경우, 아래 링크를 통해 삭제 요청하여 주시면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하겠습니다. 불편을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김 모 씨는 처음 문자를 받고 해당 링크로 임명 취소를 요청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황당함을 넘어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평생 민주당을 지지했는데, 어떻게 내 번호가 완전 반대 성향인 국민의힘으로 전달됐는지, 또 마치 지금 내 직업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직능’ 위원으로 임명한다고 연락한 것인지 영문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30일 김 씨는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해당 번호로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다”며 “내 개인정보가 정치권에서 함부로 돌아다니는 거 같아 계속 찝찝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자 앞서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사전 동의 없이 발송된 임명장에 대해 해명했다. 대책위는 “임명 추천을 위해 휴대전화 번호를 제공한 인사는 선거대책위원회를 포함한 모든 당직에서 해촉하겠다”며 “추가적인 필요 조치를 신속히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김 씨만 비슷한 일을 겪은 게 아니다. 아주경제 취재 결과,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민주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고 인증하는 글이 잇달았다.
김 모 씨(44세)가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이재명 후보의 명의로 “귀하를 위와 같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진짜 대한민국 선거대책위원회에 임명합니다”며 “특보로 임명됐다”는 임명장을 보냈다.
민주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김 모 씨는 “임명장을 원하지도 않는 데 갑자기 일방적으로 받게 됐다”며 “매번 선거 때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돼 유쾌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상 연락처와 이름 등의 유권자 개인정보가 특정 정당으로 사전에 동의 없이 흘러 들어간 것이다.
이를 두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3일 성명으로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두 정당 대선 후보 임명장 남발 중단을 촉구한다”며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양대 정당의 승리를 위한 행태가 정도를 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책임지지 못한 임명장 발급을 남발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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