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확대하는 가운데 이란 핵시설까지 타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국제사회에서는 악화하는 인도주의 상황을 근거로 이스라엘 제재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강행했으며, 이로 인해 이날 하루 동안 최소 8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영구적 점령을 목표로 '기드온의 전차' 작전에 돌입해 대규모 지상작전을 전개 중이다. 가자 보건 당국에 따르면 2023년 10월7일 개전 후 사망한 팔레스타인 주민은 5만3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스라엘은 지난 19일 가자지구 봉쇄 11주 만에 제한적인 구호품 반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구호품은 제대로 배분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에 따르면 19일 분유 등을 실은 트럭 2대. 20일에는 밀가루, 의약품 등 인도주의적 구호 필수품을 실은 트럭 수십 대가 가자지구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유엔 구호트럭이 가자지구 내 유엔 구호품 창고로 이동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톰 플래처 유엔 인도주의 담당 사무차장은 BBC에 "가자지구에서 영유아 1만4000명이 심각한 급성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가급적 48시간 내에 구호품이 전달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CNN은 미국 정보당국이 이스라엘군의 통신 감청 및 움직임 분석을 통해 이란 핵시설 공격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군은 이미 무기 이전과 폭격 훈련을 마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스라엘이 실제로 공습을 단행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할 경우 중동 전역에서 전면전이 촉발되고, 미국도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 확대와 이란 핵시설 공격 준비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영국은 이날 이스라엘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중단하고 주영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또한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민들에 대한 추가 제재도 발표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하원 연설에서 가자지구 상황에 대해 "끔찍하다"며 "무고한 아이들이 또다시 폭격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기본적인’ 식량만 들여보내겠다고 발표했는데, 그 ‘기본적인’이라는 수준조차도 완전히 불충분하며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는 "내각 수반이 의회에서 이스라엘에 대해 이같이 강경한 언어를 사용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며 "영국과 이스라엘 관계의 역사에서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연합(EU)도 대응에 나섰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이스라엘의 인권 침해가 EU-이스라엘 연합협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논의했다. 그 결과 회원국 27개국 중 17개국이 EU-이스라엘 협정 재검토에 찬성했다.
EU는 이스라엘의 최대 교역국으로, 지난해 이스라엘 전체 무역량의 32%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EU가 이스라엘에 제재를 가할 경우, 이스라엘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전날에는 영국, 프랑스 캐나다 3개국 정상은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을 상대로 공동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재개한 군사 공세를 중단하지 않고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제재도 해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에 대응해 더 구체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외부 압력에도 불구하고 안보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렌 마르모르스테인 외무부 대변인은 "외부 압력으로 인해 이스라엘이 적으로부터 안보를 지키기 위한 길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국의 FTA 협상 중단에 대해 "영국이 반이스라엘적 집착과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자국 경제를 해치려 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EU의 협정 재검토에 대해서도 "이스라엘이 직면한 복잡한 현실에 대한 완전한 몰이해에 기반한 것"이라며 "그런 입장을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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