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 완화에 HMM 52주 신고가...산업은행 대출은 '적신호'

  • 美·中 무역갈등 완화 조짐에 HMM 주가 상승세

  • 장 중 2만3000원까지 치솟아

  • HMM 주가 상승에 산은 BIS비율 13%대까지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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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HMM]
미·중 갈등 완화 조짐에 힘입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웃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회사 가치가 지속 상승하면서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18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HMM 주가는 지난 15일 장 중 2만3000원까지 상승하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HMM 주가가 강세를 나타낸 것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6139억원으로 실적이 개선된 가운데 미국과 중국 간 관세 휴전 합의가 진행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2일 미국과 중국은 각각 상호 관세를 115% 인하하기로 했다. 미국이 중국 상품에 매기는 관세는 145%에서 30%로,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매겼던 보복관세는 10%로 낮아졌다.

이는 대미 물동량이 많은 HMM에게 호재로 읽힌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위축됐던 물동량이 대거 풀리면 해상 운임이 상승해 HMM 영업 이익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HMM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 발언이 주가 상승 촉매제로 작용했단 해석도 나온다.

반면 HMM 주식 36.02%를 쥐고 있는 최대주주 산은의 초조함은 커지고 있다. HMM 가치 상승으로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현재 13.9%대인 산은의 BIS 자기자본비율이 HMM 주가가 2만5000원에 도달할 경우 금융당국 권고치인 13%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 BIS 자기자본비율이 악화하면 정책 자금을 공급받는 기업들에 고금리 등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최악에는 산은의 신규 기업 대출이 막히며 국책 은행으로서 역할이 멈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선 지난해 12월 이후 HMM의 지속적인 기업 가치 상승으로 산은의 대출 여력을 최대 6조7000억원가량 잠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도 HMM 지분 매각에 조속히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실리콘밸리 기자간담회에서 "HMM 주가가 1000원 오르면 BIS 비율이 9bp(1bp=0.01%)가량 떨어진다"며 연내 HMM 지분 매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높아진 몸값에 HMM을 인수할 곳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HMM의 가치는 16일 종가 기준 23조5247억원으로, 산은 지분을 인수하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하고도 약 8조7000억원 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시장에선 약 7조6000억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호반그룹을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언급하기도 하지만, 산업적 연관성이 적고 인수 후 2대 주주인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관계 설정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은의 금융 건전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HMM 민영화를 위한 새 정부의 조속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민영화를 통해 민간 주도 성장을 촉진하고 산은의 정책금융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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