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주택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3월까지만 해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세종시 집값 변동률이 4월 들어 상승 전환하더니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마치 2월과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폭등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을 보는 듯하다.
이 같은 세종시 집값의 급상승 배경은 차기 정부에서 국회를 비롯해 대통령 집무실까지 이전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세종시가 ‘부동산 시장의 정치테마주’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로 조기 대선 기간 세종시 집값 상승은 매섭다.
실제 세종시 현장을 다녀와 보니 거래는 3월 들어 나와 있는 매물 위주로 거래가 늘어났고 4월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호가는 수천만 원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호가를 올린 매도자들 마음과는 다르게 집을 사려는 매수자들은 대선 이후 상황을 지켜보자는 신중함을 유지하면서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
매수자들이 폭등한 호가를 적극적으로 따라가지 않는 이유는 2020년 당시 ‘학습효과’ 때문이다.
2020년 여름 서울에 있는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종시가 서울이 된다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세종시 집값이 폭등했다. 2020년 집값 상승이 반영된 2021년 세종시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은 70.68%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3년 세종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30.71% 폭락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옛말을 증명했다.
이처럼 가격이 더 내려갈지도 모르는데 지금 비싸게 살지도 모른다는 FOOP(Fear of over paying) 현상의 트라우마로 인해 최근 천도론 기대감으로 오른 호가를 매수자들이 적극적으로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와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면 세종시 집값이 상승할까?
약 5000명으로 추산되는 국회 관련 직원들 수요가 이동하는 만큼 당연히 수요 증가 효과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 거기에 국회 이전의 상징성과 다른 행정기관과 업무 효율성까지 더해진다면 집값 상승에 플러스 요인은 더 커진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국회 이전보다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법 논란과 수도권 여론도 살펴야 하고, 막연한 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과 달리 파급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지역 고도제한 등 경호문제로 인해 불편함이 더 클 수 있어 득(得)보다 실(失)이 더 많을 수 있다.
세종시 현장 부동산에서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미 올라간 호가는 기대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대선 후 국회 이전이 본격화되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추진되면 관망하던 매수자들이 ‘사자’에 나서면서 거래량이 늘어나고 호가도 추가 상승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20년처럼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미친듯이 급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최근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부동산투자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서울 아파트를 팔거나 다주택을 각오하고 세종시 아파트를 투자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또 2020년 국회 이전 호재로 급등과 급락의 롤러코스터를 한번 경험했기 때문에 반짝 상승한 후 꺾일 수도 있다는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 있는 점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세종시는 입주 물량과 미분양은 거의 없으나 주변 대전과 충남 지역에 공급과잉이 2027년까지 이어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세종시는 정부 행정기관이라는 양질의 일자리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규모의 신도시이고, 주거 인프라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국회 이전 호재도 남아 있기 때문에 자금이 충분하고 상황에 따라 장기 보유가 가능한 수요자라면 고점 대비 80% 수준인 매물은 잡아도 좋겠다. 다만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과 최근 급등한 호가에 불안을 느껴 급하게 움직이고 있는 투자자라면 숨을 죽이고 대선 이후 차기 정부의 부동산정책 방향성을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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