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18 성폭력 피해자 평균 나이 '21세'…미성년자·유부녀·임산부 포함

  • [아직 해결되지 않은 5·18 ①] 5·18 당시 계엄군 성폭력으로 피해자들 45년째 고통

  • 성폭력 여성 피해자들…재생산 폭력으로 임신과 출산에 어려움 겪어

  • 계엄군 성폭력은 엄연한 국가폭력…5·18 진상위 조사로 40여년 만에 드러나

2020년 5월 11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2020년 5월 11일,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위)가 지난 4년간의 활동 결과를 모두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그동안 성폭력의 후유증과 2차 피해의 우려로 드러나지 않았던 총 16명의 진실이 어렵게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아주경제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계엄군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별도 취재로 확인했습니다. 계엄군의 성폭력으로 45년 동안 후유증을 앓고 있는 피해자들의 사연과 앞으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5편의 기사로 담아 송고합니다. <편집자 주>
성폭력 피해자 평균 연령 ‘21.7세’
5·18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미성년자와 유부녀, 임산부 등 당시 군과 경찰에게 심각한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정부 차원의 조사로 확인됐다. 또 민간인 남성도 성폭력에 노출됐으나, 성적 수치심과 후유증 등으로 그동안 세상에 진실을 말하지 못한 점이 진상위 조사로 드러났다. 

16일 아주경제가 입수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 개별 보고서와 당시 군 작전명령서, 육군본부 작전지침 등에 따르면,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총 9일간 광주와 전라도 일대에서 군과 경찰이 민간인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성추행과 성폭행, 성고문 등의 성폭력이 확인됐다.

진상위는 2020년 5월에 조사를 시작해 2023년 12월 최종 의결까지 총 48회 현장 조사를 했다. 5·18 민주화운동 성폭력 피해와 관련 접수한 52건 중 16건을 최종적으로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상규명된 16건 중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평균 나이는 21.7세였다. 가장 어린 나이는 18세였다. 미성년자뿐만 아니라 유부녀와 임산부도 당시 계엄군과 경찰 등으로부터 성폭행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대다수는 당시 학생과 가내수공업, 버스 안내원 등의 민간인 신분이었다. 성폭행이 일어난 범행 장소가 귀갓길과 가택, 민간시설 등이 5·18 당시 격렬한 시위 현장과 전혀 무관한 곳에서 성범죄가 발생한 점이 드러났다.
 
지난해 9월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5·18 성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피해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9월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5·18 성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피해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월 19일'에 성폭력 가장 많이 발생…‘강간과 강간미수' 큰 비중
진상위가 이번에 조사한 16명의 5·18 성폭력 피해자들은 광주 민주화운동 기간(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에서 '5월 19일'에 가장 많이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은 계엄군의 ‘도심 시위진압작전’(1980년 5월 18일 ~ 5월 21일)이 본격적으로 실시된 날이다. 이번 진상위 조사로 군사 작전 중에 민간인 성폭력을 당한 점이 드러났다.

그다음으로 계엄군이 성폭력을 가장 많이 저지른 날은 5·18 민주화운동 마지막 날인 '27일'이었다. 당시 육군본부 작전지침에 따르면, 이날은 ‘상무충정작전’이 전격적으로 실시된 날로 광주에 계엄군이 재진입한 때다.

진상위는 5·18 성폭력 16명 조사에서 △강간 및 강간미수(9건) △성적 모욕 및 학대(6건) △강제추행(5건) △재생산 폭력(3건) △성고문(1건) 등의 유형으로 민간인 성폭력이 발생한 점을 확인했다. 

특히, 5·18 성폭력 피해자 대다수는 ‘재생산 폭력’으로 현재까지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파악된, 피해자들의 주된 재생산 폭력은 임신 중 강간으로 인한 임신중절수술, 계엄군의 구타로 인한 하혈과 자궁 적출 등이다.
1980년 5월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내에 투입된 계엄군의 모습 사진5·18 기념재단 제공
1980년 5월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내에 투입된 계엄군의 모습. [사진=5·18 기념재단 제공]
45년 지났지만…성폭력 피해자 다양한 정신질환으로 고통
진상위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성폭력 피해자 16명이 45년 지난 지금에도 큰 후유증과 수치심을 겪고 있는 점을 파악했다. 이들의 대다수는 우울증과 불면증, 대인기피 등의 증상을 복합적으로 겪고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성폭력이 원인이 돼 △조현병 △수면장애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조증과 울증의 극심한 기분 변화가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것) △수치심 △자기혐오 △악몽 등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아울러 5·18 민주화운동 성폭력 피해자 16명의 일부는 성범죄를 당하고 결혼했으나, 계엄군 성폭력 후유증으로 부부와 가족 간의 관계가 그동안 원만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 대다수는 가출과 극단적 선택을 여러 차례 시도한 점도 진상위 조사로 확인됐다.

약 4년여에 걸친 진상위 조사로 5·18 성폭력 사건은 당시 군과 경찰의 연행·구금·조사과정에서 엄연한 '국가폭력'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45여 년 동안 진상규명되지 못해, 피해자들이 현재까지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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