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현지시간)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던 체코 신규 원전 계약에 제동이 걸리면서 ‘팀 코리아’에 참여한 민간 건설사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건설업계가 내수 업황 침체로 앞다퉈 해외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체코 원전 수주를 비롯해 최근 해외 사업 리스크가 잇달아 불거지면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체코 두코바니에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이번 프로젝트의 예상 사업비는 체코 정부 추산 약 4000억 코루나, 한화로 따지면 약 25조2000억원에 달한다.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의 결정으로 최종 계약도 본안 행정소송이 결론날 때까지 미뤄질 공산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을 비롯해 팀 코리아에 참여한 민간업체도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고환율과 관세 정책 등 대외 경제 리스크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협상이 장기화되면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계약 관련 변수가 늘어나 민간업체 입장에선 부담이 커지게 된다"며 "현지 체류비 등 협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비용 부담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체코 원전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한 대우건설은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수주 실적의 경우 체코와 한수원이 계약을 체결한 이후 한수원과 건설사 간 협의를 거쳐 확정돼 매출로 반영되게 된다"며 "EDF가 제기한 소송이 언제 마무리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사 착공 일정이나 구체적인 수주액 산정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체코 원전 계약 변수는 단일 건설사가 아닌 ‘팀 코리아’로 수주하는 사업조차 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업계의 불안감을 높인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다수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현지 사정에 따라 계약 해지나 공사비 지급 지연 사례들이 적지 않게 발생하는 등 해외 사업 리스크가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삼성E&A가 멕시코 국영 석유기업 페멕스(PEMEX)와 체결했던 2300억원 규모 수첨 탈황설비 계약이 해지됐다. 이 프로젝트는 멕시코 정부의 예산 감축으로 인해 2016년 이후 25차례나 공사가 중단되는 등 지연이 반복되다가 결국 지난 4일 최종 해지 통보를 받았다.
벽산엔지니어링 역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에서 진행한 송변전 사업에서 공사비 회수가 지연돼 미수금이 쌓이면서 재무 흐름이 악화, 결국 지난 2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사업은 정치·경제 등 분야에서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건설사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가 산적해 있다"며 "현지 감리기관과 의견 차이로 분쟁이 발생하면 대금 수령이 지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 지연으로 정부의 연간 해외건설 수주 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의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은 500억 달러로, 1분기 누적 기준으로 82억1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체코 원전 수주가 무산될 경우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해외 사업 리스크를 줄이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수주에 속도를 내는 만큼 계약 이후 공사 이행과 대금 회수까지 전 단계에 걸친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며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해외 투자개발형 사업 확대를 통해 민간 기업들의 진출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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