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레로와 키스 재럿…안무 거장이 무대 위에 쓰는 두 개의 詩

  • 요한 잉거 대표작 '워킹 매드', '블리스' 아시아 초연

  • 서울시발레단, 세종문화회관서 5월 9~18일 공연

서울시발레단_요한 잉거_워킹 매드 블리스_기자간담회 현장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발레단 요한 잉거 워킹 매드, 블리스 기자간담회 현장 [사진=세종문화회관]


“‘볼레로’ 하면 흔히 선정적이고 에로틱한 이미지를 떠올리죠. 하지만 저는 전혀 다른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세계적인 안무가 요한 잉거는 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표작 <워킹 매드>를 소개하며 이처럼 말하고, “두 성별의 대결 구도보다는, 두 성별이 각각을 표현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무대 위 시인’으로 통하는 안무계 거장 요한 잉거가 서울시발레단과 함께 <워킹 매드>와 <블리스> 두 작품을 아시아 무대에 처음 올린다. 두 작품 각각에는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와 키스 재럿의 즉흥 연주곡 '쾰른 콘서트'가 흐른다.


요한 잉거가 영감을 얻는 원천은 '음악'이다. “음악은 작품의 바탕이죠. 안무를 짜려면 소통의 대상이 필요한데, 제겐 그게 바로 음악이죠. 안무가마다 작업 방식이 각양각색인데, 저는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후 음악이 해주는 말을 춤으로 해석해요.”
 
<블리스>는 키스 재럿 음악 특유의 즉흥성이 고스란히 녹아든 작품이다. “키스 재럿은 즉흥적으로 연주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무용수들에게 현재의 감정에 충실해서 막 일어난 듯한 신선함을 표현해달라고 했어요. 서울시발레단이 이를 잘 반영해 준 덕에, (발레단과) 단 이틀 만에 사랑에 빠졌죠.”

특히 ‘기쁨’이라는 감정을 여과 없이 무대에 올리는 데 주력했다. “이 작품을 통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느끼는 우리의 상태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무대에 서서 관객들 앞에서 무용할 수 있다는 그 ‘기쁨’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죠.”
 
반면 <워킹 매드>에는 드라마를 담았다. “<워킹 매드>는 말 그대로 ‘미쳐서 걷다’는 뜻이에요. 이성을 잃은 사람의 우스꽝스러운 면을 표현하고자 했죠. 최대한 군더더기 없이 안무를 짜서, 우스꽝스러움과 어리석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저 너머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여정과 감정이 담긴 드라마가 펼쳐질거예요. 인간의 감정이 표현되는 드라마죠.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면서 서로를 망가뜨리고, 보듬어주기도 하는데 이를 극적으로 담았어요.”
 
객원 수석 이상은 무용수 사진세종문화회관
객원 수석 이상은 무용수 [사진=세종문화회관]


15년 만에 국내 무대에 서는 무용수 이상은은 이번 <워킹 매드>에서 새로운 해석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2016년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 소속 시절 <워킹매드>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요한 잉거가 2016년과는) 조금 다른 감정을 요구했어요. 그때는 단조로운 느낌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담을 것을 말했죠. 이정우 무용수와의 대화 등을 통해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요한 잉거는 작품을 있는 그대로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춤과 음악은 닮은 구석이 있죠. 음악이 좋으면, 옆 사람과 이렇다 저렇다 나름대로의 해석을 나누잖아요. 상대방의 해석도 듣고요. 이론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요. 관객들이 각양각색의 해석을 펼치길 바라요."

한편, 서울시발레단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이다. 올해 창단 2년 차를 맞았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거장과의 협업을 통해 서울시발레단의 ‘레퍼토리’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작들을 갖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런 작품들을 섭외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또한 궁극적인 목표는 안무가들이 우리 단원들과 신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들 수 있도록, 좋은 무용수를 확보하는 거예요."
 
서울시발레단 워킹 매드 블리스 기자간담회 현장 사진 왼쪽부터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요한 잉거  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발레단 '워킹 매드', '블리스' 기자간담회 현장. 사진 왼쪽부터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안무가 요한 잉거, 이상은 무용수, 이정우 무용수  [사진=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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