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구아이앤씨는 국내 1위 위탁관리 전문회사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기업 사이에선 사람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연락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부동산 관리부터 청소, 보안, 창고 관리, 기내 식음료, 배터리까지 많은 인적 자원이 필요한 분야에 자사 인력을 파견하며 사세를 키워왔다. 최근에는 기업 복지 서비스와 콜센터, 인터넷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계열사는 36개, 지난해 연결 매출은 2조4000억원에 달한다. 구자관 책임대표사원은 이러한 삼구아이앤씨를 창업해 지금까지 이끌고 있는 1세대 경영자다.
올해로 81세를 맞이한 구 대표사원은 젊은 날 역경을 딛고 지금의 삼구그룹을 일궈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어려운 가정 환경으로 인해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14살부터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구두닦이와 화장실 청소가 어린 나이의 구 대표사원이 처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군대를 다녀온 후부터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음식점과 빌딩 청소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 조금씩 모은 밑천으로 40대에 이르러 청소 용품을 만드는 화학공장을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공장에 화재가 일어나면서 구 대표사원에게 큰 시련이 찾아왔다. 온몸에 화상을 입고 빚더미에 앉았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구 대표사원은 포기하지 않고 청소를 기반으로 한 위탁관리 사업에 집중했다. 돈 안 되는 쓰레기 처리를 8년간 하면서 빚을 모두 갚았다. 일을 잘한다는 소문이 나고 기업들이 구 대표사원을 믿고 일을 맡기면서 삼구를 본격적으로 키울 수 있었다. 서울 신대방동에 삼구 사옥 역할을 하는 조그마한 꼬마빌딩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이 IMF에 직면하면서 삼구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금리가 40%까지 치솟으면서 돈줄이 말랐다. 그런 위기 속에서도 구 대표사원은 '사람이 먼저'라는 경영철학 아래 직원을 한 명도 내보내지 않고 버텨냈다. 아주경제가 구 대표사원을 만나 리더십의 비결을 들었다.
Q. 구성원들이 회장 대신 책임대표사원이란 직함으로 부르는 이유는?
-회사 대표는 월급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월급을 받는 사람이다. 반세기 넘게 이 업을 일궈왔지만 사실 단 한 번도 내 돈으로 월급을 드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수고하는 구성원들의 월급은 고객사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고 남은 돈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다만 회사에는 구성원들을 대표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한 명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회장이라는 직함 대신 책임대표사원이라는 직함을 쓰고 있다.
Q. 삼구만의 경영철학은 어떤 것이 있나.
-삼구는 고객사에 현장에서 근무하는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구성원들이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사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조직도의 가장 위에는 고객사와 현장 구성원이 있다. 회사 경영진과 책임대표사원은 가장 마지막에 있다. 지금 본사가 위치한 건물에 출근하면서 만나는 안전 요원과 안내데스크, 환경 관리를 하시는 분들 모두 삼구 구성원이다. 그분들은 해당 건물의 고객사를 위해 일하신다. 그래서 책임대표사원인 내가 출근한다고 해서 그분들이 아침마다 회장님 모시듯이 문 열고 짐 들어주고 하는 일은 절대 없다. 삼구 구성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책임대표사원을 포함한 경영진은 그런 구성원들을 존경한다. 삼구는 딱 그거 하나밖에 없는 회사다.
Q, 매출 2.4조원대 위탁 관리 1등 전문 기업을 일궈낸 원동력은 뭔가?
-1968년 회사를 창업하고 반 세기가 넘게 흘렀다. 세간에선 물건을 파는 회사도 아닌데 삼구가 꾸준히 성장해서 2조 원대 회사가 된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 가장 큰 오해가 나를 탁월한 경영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머리가 좋은 사람이 못 된다. 일기를 쓰지 않으면 어제 무슨 일을 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삼구가 지금까지 성장하는 데 내가 한 역할은 사실 없다. 지금의 삼구는 내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만든 회사다. 내가 똑똑하지 못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을 삼구 구성원들이 일깨워준다. 임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나는 그것에 관련한 방향성만 정한다.
Q. 그래도 책임대표사원만의 비결이 있지 않을까?
-언제나 새벽 4시 45분쯤에 일어난다. 눈을 뜨면 씻는 것보다 먼저 하는 게 있다. 집 베란다로 나가서 제자리 뛰기 600개, 팔굽혀펴기 50개를 한다. 40대 이후 30년 넘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베란다로 나가 뛰고 싶어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나 역시 그렇지만,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참아내며 하고 있다.
1992년 4월부터 매주 월요일 오전 6시 20분까지 출근해 내부 회의에 참석한다. 4월 말에 진행한 제 1723회 주례회의에는 전국 각지에 있는 삼구 경영진 100여명과 함께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1분이라도 늦으면 컴퓨터가 켜지지 않아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다. 책임대표사원인 나도 예외가 아니다. 내가 좋아서 새벽 운동을 하고 오전 회의를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자신과 싸워 이길 수 있어야 한다. 자신조차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남(다른 회사)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Q. 삼구가 SKT 계열 3사를 인수한 이유는 무엇인가?
-산업은 매일 변한다. 지금은 인공지능(AI)이 화두다. 챗GPT로 시작된 생성형 AI가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와 결합되면 어떤 파급력이 있을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삼구 가족사 중 IT 회사는 하나도 없었다. 반면 인수한 기업은 삼구의 기반 사업과 그리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IT를 기반으로 한다. AI라는 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히 인수하기로 했다.
Q. AI로 인해 우리 삶이 어떻게 바뀔 것으로 예측하는가?
-AI가 대체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65세 정년이라는 개념은 유럽에서 생긴 것이다. 과거 유럽 평균 수명은 67세 내외였다. 65세까지 열심히 일하고 10년 정도 편하게 쉬다가 가라고 정년을 정했다. 지금은 평균 수명이 83~4세에 달하는 고령 사회다. 65세에 은퇴하고도 20년 넘게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남은 기간 만큼 일을 더 해야 한다.
하지만 AI가 사람들의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돈을 많이 모아둔 사람들은 큰 걱정이 없겠지만 돈이 별로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삼구 같은 회사의 고민도 같이 커지고 있다. 때문에 막대한 돈을 들여 AI 시대를 대비하려는 것이다. 이익을 낼 수 있을지 손해를 볼지 아직 모르지만 대비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는 것만은 분명하다.
Q.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삼구를 키워나갈 계획지?
-다양한 성장 시나리오가 있지만 우선 고객사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원칙만은 고수할 것이다. 삼구 구성원들은 고객사 제품·서비스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전용 앱을 개발해 사용 중이다. 이를 통해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넣거나 라면·밀가루·우유를 사도 고객사의 것을 먼저 선택하도록 약 5만 여 구성원에게 자연스럽게 알리고 있다. 물론 고객사 우선은 나부터 먼저 실천하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기름이 부족하다는 알람이 떠도 고객사 주유소만 찾아간다.
아무런 기반 없이 삼구를 창업해서 여기까지 왔다. 사람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서 제조와 식음료(F&B) 서비스 사업까지 진출했다. 지금도 삼구의 경영진은 신규 사업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오늘날의 삼구는 구성원들이 만들었다. 그래서 회사 주식의 47퍼센트를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굳이 앞으로 목표를 꼽으라면 삼구가 지속 성장해서 나보다 더 오래 회사에 있을 것이 분명한 구성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환경에서 배부르게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자기 식구조차 밥을 못 먹이는 사람은 리더로서 실격이다.
구자관 책임대표사원은 누구?
- 현)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
- 현) 한경협국제경영원 조찬 4대회장
- 현) 도산아카데미 제5대 이사장
- 현) 한국건축물유지관리협회 회장
- 현)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수석 부회장
- 2025 전주대학교 명예 경영학 박사 취득
- 2023 용인대학교 명예 경영학 박사 취득
- 2011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경제학 석사 취득
- 2008 용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학사 졸업
- 2023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
- 2022 은탑산업훈장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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