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총리, 하계 다보스포럼서 美 과잉생산론·디커플링 맹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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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4-06-2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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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 다롄 하계다보스포럼 개막연설

  • "디커플링은 시대 역행…세계경제 악순환"

  • "中 과잉생산 아냐···세계 인플레 해소"

  • "中부양책···극약처방 대신 고본배원을"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5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열린 하계다보스포식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5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열린 하계다보스포식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시대에 역행하는 디커플링(脫鉤斷鏈)은 전 세계 각국을 파이 쟁탈전으로 몰아넣을 것이며, 결국엔 싸울수록 파이가 쪼그라드는 파괴적인 악순환에 빠질 것이다. 우리는 이를 원치 않는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5일 오전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포럼 하계 연례회의(이하 하계 다보스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미국이 서방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해 중국을 배제시키는 이른바 디커플링 움직임을 사실상 강력히 비판했다. 
 
"中 과잉생산 아냐···세계 인플레 압력 해소 기여"
리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전 세계 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각국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만 고려하고 다른 사람의 이익을 돌보지 않으며, 심지어 디커플링과 ‘통상 장벽을 높이는(小院高墻)’ 관행을 일삼는다면 전 세계 경제 운영 비용을 높이고 지역 간 경제 관계를 단절시켜 갈등과 분쟁을 격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리 총리는 글로벌 경제 성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혁명 같은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며 중국도 고품질 발전과 과학기술 혁신을 추진해 전 세계 경제와 기업 발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음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중국 신산업의 부상이 서방국이 주장하듯 정부 보조금에 기댄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중국의 신산업 발전은 ▲14억 인구의 거대한 시장 ▲완비된 산업 체계 ▲풍부한 노동력 ▲다양한 응용 시나리오 ▲중국 소비자의 신기술에 대한 높은 수용도라는 중국의 독특한 비교 우위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 리 총리는 “이는 기업이 제품 혁신·업그레이드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업들이 혁신 비용을 낮추고 다양한 기술 로드맵과 비즈니스 모델을 수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리 총리는 서방국의 중국산 친환경 제품에 대한 ‘과잉 생산’ 지적에는 “중국산 전기차·배터리·태양광은 중국 내 수요를 보장함과 동시에 국제 시장 공급량을 풍부히 해서 전 세계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키고 전 세계 기후변화 대응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맞섰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이 중국을 향해 불공정한 경제 관행, 무역수지 불균형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중국을 압박하는 것에 적극 반박한 것이다. 지난달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00%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유럽연합(EU) 또한 내달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최대 38.1%까지 추가 부과하겠다고 밝혀 중국의 반발을 샀다. 

리 총리는 미국의 중국 기술 억제 움직임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과학기술 발전은 지고 이기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상생발전하는 것”이라며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공평하고 차별 없는 환경을 조성해야지, 높은 장벽을 쌓는다면 상대의 발전을 막기는커녕 자신의 손발만 가둘 뿐이라고 경고했다. 
 
"中경제 부양책···극약처방 대신 고본배원을"
리 총리는 올해 중국 경제의 5% 성장률 목표 달성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중국 경제는 1분기 5.3% 경제성장률로 양호한 출발을 보였으며 2분기도 안정적이고 양호한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신흥 산업의 신동력이 빠르게 발전해 중국 경제의 지속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강력히 지탱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리 총리는 최근 중국 경제 회복을 위해 단기적·자극적인 부양책, 이른바 '극약처방(下猛藥)'을 하지 않을 것임도 분명히 했다.

그는 몇 년간의 코로나19 충격에서 서서히 회복 중인 중국 경제를 큰 병에 걸렸다가 이제 막 나은 환자의 상태에 비유했다. 리 총리는 전통 중의학에서는 이러한 환자에게 기초체력을 다져 원기를 회복시키는 '고본배원(固本培元)'에 집중하지 극약처방을 내리지 않는다며, 중국 경제도 마찬가지로 펀더멘털과 자생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중국 정부가 최근 내놓은 중국 기업의 연구개발(R&D) 공제 지원, 대규모 설비 개조와 이구환신(以舊換新, 헌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 보조금 지원, 초장기 국채 발행 등이 모두 중국 경제 기초를 다지기 위함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리 총리는 중대한 경제 문제는 다양한 분야와 업종에 걸쳐 있는 만큼 다양한 정책 콤비네이션을 활용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도록 할 것이며, 거시경제 정책 결정에 있어서 단기적 효과와 장기적 지속 가능성, 표면적 문제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균형점을 찾아 고품질 발전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성장을 위한 차세대 프런티어'라는 주제로 이날 개막한 하계 다보스포럼은 27일까지 사흘간 개최된다. 회의에서는 새로운 글로벌 경제, 중국과 세계, 인공지능(AI) 시대의 기업가 정신, 신산업을 위한 프런티어, 인적 투자, 기후·자연·에너지의 연결 등 6가지 주요주제가 논의된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등 80여 개국 정계와 재계, 학계, 언론계 대표 1600여명이 참석하는 올해 회의에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도 공동의장 자격으로 참가한다. 하계 다보스포럼은 중국이 세계 경제와 글로벌 이슈 논의를 주도하고자 2007년부터 매년 랴오닝성 다롄과 톈진을 오가며 개최하는 행사로, 올해로 15회째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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