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최근 몇 년 동안 외화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보유하는 부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원화보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엔화를 보유해 안정성을 높이면서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환차익 효과까지 노리는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금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들의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를 살펴본 결과 부동산이 50%, 금융 자산이 46%, 실물 자산을 포함한 기타 자산이 4% 수준으로 구성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말에 비해 부동산 비중이 5%포인트(p) 낮아진 반면 금융·기타 자산은 각각 3%p와 2%p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 2021년 말 부동산이 58%, 금융·기타 자산이 각각 40%와 2%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부자들이 부동산을 매각하고 금융·기타 자산을 늘리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도 2021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1월까지 0.5%에서 3.5%까지 순차적으로 국내 기준금리 인상 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고금리에 부담을 느낀 국내 부자들이 부동산을 매각하고 여타 자산의 비중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기타 자산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부자들이 예금을 3%p로 가장 많이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현금·입출금 통장(CMA 등)이 6%에서 3%로 3%p만큼 줄인 것과 더욱 연관이 깊다. 부자들이 당장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보니 현금을 들고 있기보다는 예금을 통해 수익을 제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금 다음으로는 금과 예술품 등 실물 자산의 비중이 1%에서 3%로 2%p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특히 부자들 중 금·예술품 등 실물 자산을 보유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022년보다 14%p 증가해 부자 10명 중 4명에 달했다. 이는 경기 위축기에 금과 예술품의 투자 가치가 높아진 것과 연관이 깊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 시세는 국내에서 부동산·주식과 달리 최근 3년 동안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금 시세는 g당 지난 2020년 말 6만6170.69원에서 지난해 말 8만6056원으로 30.05% 늘었다.
미술품도 절세를 위해 아울러 향후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매입하는 부자가 많았다. 부동산이나 차량 등을 취득하거나 유지하는 경우 취득세나 보유세가 발생하지만 미술품은 이 같은 세금이 없기 때문이다.
자산을 양도하는 경우에도 부동산·차량은 양도세가 발생하지만 미술품의 경우 일정한 가격(6000만원) 이하이거나 생존 국내 작가의 작품이면 양도세가 면제된다. 보유한 미술품의 가격이 상승해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양도하는 경우에도 기타 소득으로 분류되므로 종합 소득에 합산돼 세율이 상승할 우려도 없다.
특히 금융 자산 100억원 이상 혹은 총자산 3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슈퍼 리치'가 미술품에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파악된다. 2022년 말 하나금융연구소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슈퍼 리치의 약 41%가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고, 46%는 향후 구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변했다. 전체의 87%가 미술품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일반 부자는 51%, 일반 대중은 26%가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가진 것과 큰 차이다.
아울러 지난해 부자 중 외화 자산 보유자의 비중도 64%에서 67%로 소폭 증가했다. 부자들이 보유한 외화 자산도 평균 약 3억7000만원으로 상당한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금융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서는 규모다. 부자들이 선호하는 외화 자산 유형은 외화예금, 외화현금, 해외주식 순으로 집계됐다.
황선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거 외환 위기나 글로벌 금융 위기 및 코로나19 팬데믹 위기까지 모든 위기 속에는 부의 기회가 있었고 그 기회를 읽어낸 사람들이 슈퍼리치가 됐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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