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트렌드] 15년 유지한 '철옹성' 무너지나…'반독점' 규제에 흔들리는 애플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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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훈 기자
입력 2024-04-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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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첫 아이폰 출시 이후 iOS 생태계 지속 고도화

  • HW·SW 강결합으로 애플 이용자들 강력한 유인 효과

  • 美·EU "애플 행위는 반독점법 위반"…규제 칼날 정조준

  • AI 미래 제시도 미흡…기존 생태계까지 흔들리며 '위기'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애플이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을 중심으로 잇따르고 있는 규제 강화 움직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애플 로고.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비슷한 시기 유럽연합(EU) 역시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디지털시장법(DMA) 위반 여부를 놓고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과 EU는 나란히 애플이 15년 넘게 유지해 온 독점 환경을 정조준했다. 그간 이를 축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이르는 촘촘한 생태계를 구축해 온 애플은 미국과 EU가 동시에 칼날을 겨누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과 EU는 애플이 자신들의 생태계 유지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경쟁을 제한했다고 봤다. 아이폰 이용자들이 애플 앱스토어에서만 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한 점, 경쟁사의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애플 기기에서 자유롭게 쓰지 못하도록 한 점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애플은 그간 강력한 보안 유지와 앱 품질 관리 등을 이유로 자체 운영체제(OS)인 iOS 중심의 생태계를 고수해 왔다. 그러나 주요 시장의 규제 당국은 이제 애플의 이러한 행위를 법에 어긋난 것으로 본격 간주하기 시작했다. 아이폰 첫 출시 때부터 지속돼 왔던 애플의 독자적 생태계에 균열이 생길 조짐이다.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애플의 철저한 경쟁제한 행위

미국과 EU 규제 당국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부분은 앱스토어 중심의 폐쇄적 앱 생태계다. 아이폰·아이패드·애플워치 등 애플 기기 사용자들이 앱을 내려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앱스토어를 통해야 한다. 이는 구글 플레이 이외 다른 앱 마켓을 활용하거나, 안드로이드 앱 패키지(apk) 파일을 통해 앱을 직접 내려받을 수 있는 안드로이드와는 대비된다.

문제는 이 경우 앱 개발사들에 자연스럽게 인앱결제 수수료가 따라온다는 점이다. 애플은 게임·음악 스트리밍·동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 앱 개발사들을 대상으로 매출의 최대 30%에 달하는 인앱결제 수수료를 부과한다.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은 iOS용 앱에서 결제가 일어날 경우 애플이 30%를 가져가는 것이다. 지난 2020년 구글이 인앱결제를 의무화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처음 공지했을 때 앱 개발사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컸는데, 애플은 처음부터 이러한 체계를 공고하게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아이폰 이용자들은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들보다 비싼 돈을 내고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했다. 앱 개발사들이 인앱결제 수수료의 일부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면서다.

앱 개발사들은 이러한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컸지만, 애플의 막대한 플랫폼 지배력으로 인해 공공연하게 목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20년 애플이 에픽게임즈의 유명 게임인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돌연 퇴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우회할 수 있도록 자체 실행기(런처)를 통해 포트나이트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애플이 이를 자사 정책 위반으로 본 것이다. 이에 반발한 에픽게임즈는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그 여파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인앱결제 의무화에 대해 개별 기업으로는 처음 반기를 든 셈이다.
 
아이폰 15 사진애플
애플외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15'의 모습. [사진=애플]

애플은 경쟁사들이 개발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애플 기기 내에서 제한하는 방식도 활용했다.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소장을 보면, 애플은 경쟁사들의 '슈퍼앱'을 애플 기기 내에서 막음으로써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억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클라우드 게이밍 앱의 입점 제한이다. 원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서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웹 브라우저를 통해야만 했다. 애플은 올해 초에야 이들 서비스의 앱스토어 입점을 허용했다.

메시징 앱인 '아이메시지'의 경우 말풍선 색깔에 따라 상대방이 아이폰 활용 여부를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로 인해 미국 내 10대들을 중심으로 초록색 말풍선이 노출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들에 대한 차별이 이어지자 미국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애플이 아닌 타사 기기의 사용성을 제한한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애플워치·맥북 등을 축으로 이어지는 긴밀한 생태계로 충성 고객을 확보한다. 이 과정에서 애플이 타사 스마트워치의 주요 기능을 억제하고, 애플워치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의 연동 등을 어렵게 함으로써 사실상 강제로 이러한 생태계를 유지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애플이 iOS와 안드로이드 양쪽에서 이용 가능한 디지털 월렛(전자지갑) 개발을 막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 법무부는 소장에서 "애플의 반경쟁적 행위로 인해 2023 회계연도에만 770억 달러(약 104조원)가 넘는 자사주 매입을 하는 등 주주들에게 이익이 됐다"며 연구개발비의 두 배가 넘는 돈을 자사주 매입에 썼다고 지적했다. 또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 보안, 소비자 선호도라는 표현으로 반경쟁적 행위를 정당화한다"며 "이를 위해 마케팅과 브랜딩에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U 끌고 미국 밀고…애플 향한 규제 목소리 ↑

애플에 대한 제재 분위기는 지난해 EU가 DMA의 본격적 시행을 예고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EU는 지난해 5월 DMA를 마련했다. 애플·구글·메타 등 소위 '게이트키퍼'들을 중심으로 독과점 행위 방지를 위한 다양한 조항들을 규정한 것이 특징이다. DMA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무거운 과징금이 부과되며 반복적으로 어길 경우 20%까지 올라갈 수 있다.

특히 애플·구글 등 대형 앱 마켓 운영 업체들을 염두에 둔 조항들이 눈에 띈다. DMA에 따르면, 앱 개발사들이 특정 앱 마켓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와 동일한 서비스 등을 다른 가격과 조건으로 타 앱 마켓이나 자체 채널 등을 통해 제공하는 것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또 앱 마켓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인앱결제 시스템 등 각종 서비스들을 이용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 이는 애플의 앱스토어 독점 체제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조항이다.

 
아이폰에 탑재된 앱스토어를 비롯한 다양한 앱들의 모습 애플 역시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DMA의 주요 대상이 되는 빅테크 기업 중 한 곳이다 사진AFP 연합뉴스
아이폰에 탑재된 앱스토어를 비롯한 다양한 앱들. 애플 역시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DMA'의 주요 대상이 되는 빅테크 기업 중 한 곳이다. [사진=AFP 연합뉴스]
결국 애플은 지난달 공지를 통해 올해 상반기 중 EU 내에서 웹 브라우저와 앱스토어 이외의 앱 마켓을 통한 앱 다운로드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앱스토어 이외의 경로로 앱 다운로드가 가능하다고 애플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올해 본격 시행되는 DMA 대응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또 EU 내에 한해 앱 마켓 수수료를 최대 17%로 낮추고, 앱 밖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아웃링크도 허용했다.

그러나 EU 규제당국은 여전히 애플의 DMA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지난달 25일부터 관련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이미 EU는 애플에 18억 유로(약 2조7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 유통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다. 상술했듯 애플 기기 이용자들은 인앱결제 수수료 문제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 앱을 안드로이드 대비 더 비싼 가격에 이용해야만 했다. 이에 더해 EU는 애플이 앱 개발사들이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는 다른 결제 방식을 이용자들에게 제안하는 것을 막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애플은 처음에는 항소할 뜻을 나타냈지만, 최근 입장을 바꿔 EU에서 지적한 사항들을 일부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법무부가 '셔먼 반독점법' 제2조를 내세워 애플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애플을 향한 규제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진 상황이다. 셔먼 반독점법은 1890년 제정된 법으로 이 중 제2조는 독점력을 남용해 정당한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흔들리는 생태계…애플, 대안 마련 가능할까
애플은 지난 2007년 아이폰을 처음 출시하면서 자체 OS인 iOS(당시 명칭은 아이폰OS)를 선보였다. 이때부터 iOS 특유의 폐쇄성이 나타났다. 이는 애플 특유의 생태계를 끈끈하게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 애플은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 중 가장 많은 출하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스마트워치와 태블릿PC 시장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iOS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수많은 이용자를 애플 생태계에 묶어 놓는 데 성공했다. 

애플은 이러한 강력한 하드웨어 지배력을 소프트웨어 지배력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기준 애플의 연간 매출 중 아이폰 비중은 52%였는데, 이 비율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앱스토어 수수료 등 서비스 부문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15년 8%에서 지난해 22%까지 늘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오는 2025년 애플의 서비스 부문 연 매출이 처음으로 1000억 달러(약 135조원)를 넘어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10일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에 문을 연 애플스토어 하남에서 방문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0일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에 문을 연 애플스토어 하남에서 방문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애플의 이 같은 전략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애플은 15년 넘게 유지해 왔던 사업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 수도 있는 처지에 몰렸다. 이미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주도권 싸움에서 경쟁사 대비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애플에 대한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그래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는데,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시장의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애플로서는 올해 안으로 AI 등 신사업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내놓아야 향후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지울 수 있을 전망이다.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시선이 오는 6월 열리는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WWDC)에 쏠리는 이유다.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구글의 생성 AI인 '제미나이'의 아이폰 탑재 여부에 대해 구글과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애플이 WWDC에서 다양한 앱 개발자들의 AI 기반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AI 앱스토어'를 공개할 수 있다는 전망, 애플의 AI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에 생성 AI 기능이 탑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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