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대란은 자업자득"···마이크론도 폭발한 애플의 '빅테크 갑질'

  • 주요 라인업 줄줄이 인상···맥북 프로, 60만원 올라

  • 마이크론 CBO "그동안 지나친 가격 인하 요구했다"

지난 26일 서울 시내 애플 제품 판매점에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6일 서울 시내 애플 제품 판매점에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애플이 인공지능(AI)발 메모리 가격 폭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현재의 공급 부족 사태를 자초한 것은 다름 아닌 애플의 오랜 갑질 때문"이라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막강한 구매력을 앞세워 메모리사를 쥐어짜던 미국 빅테크의 기형적인 구매 관행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는 비판이다.

28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핵심 부품 원가 상승 압박을 이유로 맥북, 아이패드 등 주요 라인업의 출고가를 기습 인상했다. 맥북 가격은 최대 300달러, 아이패드는 200달러까지 전격 인상됐다. 국내 시장의 타격은 더 크다. 맥북 프로와 에어가 각각 60만원, 40만원씩 뛰었다. 가성비를 무기로 삼았던 보급형 모델인 '맥북 네오'마저 20만 원이 올라 출시 불과 몇 달 만에 '100만 원 벽'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급증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이 폭등한 것을 표면적 원인으로 꼽는다. 그동안 압도적인 구매력으로 가격 협상 우위를 점해왔지만, 차세대 반도체 수요가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면서 끝내 출고가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그러나 메모리 업계 관계자들은 "수년 전부터 예견된 AI 전환기 속에서 철저히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부품 공급망을 쥐어짜던 애플이 공급 부족 사태가 터지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수밋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일부 대형 고객사가 오랫동안 메모리 업체들에 지나친 가격 인하를 요구해 왔다"며 "그 결과 제조업체들이 충분한 생산 투자를 집행하지 못했고 이것이 현재의 극심한 공급 부족을 자초한 원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다나 CBO가 특정 기업의 사명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의 눈은 일제히 한 곳으로 향했다. 미국 IT 전문 매체 등은 일제히 해당 발언이 사실상 애플의 공격적인 부품 조달 전략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이 막대한 물량을 무기로 협력업체 간 무한 경쟁을 유도하고 마진을 극단적으로 깎아내려 정작 반도체 제조사들이 미래를 위한 설비 투자(CAPEX) 여력을 상실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애플의 일방적인 공급망 교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0년 글로벌 모바일·IT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애플은 압도적인 구매력을 무기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공급사들에 철저히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조건으로 대규모 선주문을 유도했다.

그러나 이후 애플의 실제 구매량이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그해 상반기 고점을 찍었던 D램 가격은 순식간에 40% 이상 폭락했다. 이로 인해 메모리 업계 전반이 심각한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심지어 당시 일본의 마지막 D램 제조사였던 엘피다가 결국 파산에 이르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이제는 메모리 업체가 공급 주도권을 쥔 시대"라며 "공급망 통제력을 잃고 사태가 불리해지자 공급사를 쥐어짜 이익을 지키던 애플이 결국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며 '남 탓'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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