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리더만 바뀌면 된다? '조직 변화'에 대한 착각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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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입력 2024-04-0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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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교수
[김재영 교수]


지난 4월 1일 KTX 개통 2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고속철도의 개통은 우리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철도를 통해 수도권과 지방은 이제 일일 생활권을 넘어 반나절 생활권으로 들어왔다.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고속철도망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전국 2시간 생활권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십년이란 시간은 강산도 변할 만큼 큰 변화를 가져온다 했는데 그러한 시간이 두 바퀴를 돌았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고속철도는 서울-부산간 거리를 2시간대로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단순히 시간만 흐른다고 변화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급변하는 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변화를 꿈꾸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변화의 시도 속에 실패를 맛보기도 한다. 특히 이러한 실패는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문화와 관련된 부분에서 더욱 잘 나타난다.
 
시간이 흘러 기존 제조 및 장치산업 중심의 기업 패러다임은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접어들고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힘든 MZ세대의 등장 등으로 인해 점점 구성원들의 소통과 협력에서 나오는 창의적인 생각과 아이디어가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더군다나 전 세계적 팬데믹을 경험하며, 우리는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변화에 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업의 경쟁구도와 외부 환경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더 이상 기존과 같은 방식과 전략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려워졌다.
 
기업은 발전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세상의 변화를 먼저 캐치하고 앞서 변화를 도모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아무리 잘나가고 있는 기업도, ‘변화’라는 화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에 따라 실행의 주체인 구성원들이 변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고, 이를 발현시켜줄 수 있는 개방적인 근무 환경과 유연한 조직문화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우리가 쉽게 하는 착각 중 대표적인 한 가지가 리더만 바뀌면 변화가 쉽게 일어날 것이라는 인식이다. 물론 변화를 위해 리더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정보시스템의 도입은 물론 조직의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고경영층의 의지가 중요하고, 이들이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리더만 바뀌면 다른 것들은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조직의 변화를 위해서는 리더뿐 아니라 구성원의 참여가 더욱 요구된다. 단순히 조직 구조나 제도,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아닌 조직 전체적인 변화, 특히 일하는 방식이나 문화를 바꾸는 것은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의 솔선수범이나 추진력만으로는 어려운 면이 있다. 더군다나 역사적으로 구성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칠 수 있는 중간관리층이 변화에 저항하게 되는 경우, 더더욱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경영학에서는 성공적인 조직 변화를 위해 구성원들의 가치와 신념을 바꾸기보다는 먼저 구성원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접근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익숙한 방식대로 행동하려는 구성원들의 관성(inertia) 때문에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어른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곧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이 바뀌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두 번째 착각이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쉽게 변화할 수 있다 믿고 자신하며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고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것을 부정하고 완전히 새로운 행동을 추구하게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 초등교육을 위한 방법론에 아이들은 작은 행동 변화부터 시작해서 작은 성과를 빠르고 자주 맛보도록 만드는 것이 지적발달을 위한 관심과 변화를 가져온다고 적혀있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변화시키려 하면 정작 구성원들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세계 철도의 역사는 1825년 9월 영국 북부의 도시 스톡턴과 달링턴 사이를 중기기관차가 끄는 열차가 달리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가장 빠른 마차가 보름이 넘게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거리를 증기기관차는 철도만 깔려 있다면 하루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철도의 시작과 함께 사람들은 당장의 변화를 기대하였지만, 세계 최초의 철도교통은 이후로도 5년이란 시간이 흐른 1830년에서야 영국의 리버풀과 맨체스터 사이를 증기 동력을 사용하여 사람과 물자를 기존의 마차나 선박보다 빠르게 운반할 수 있게 되었다.
 
기차가 달리기 위해서는 잘 갖춰진 철도가 필요하다. 아무리 기차가 빠르다 해도 목적지까지 철도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기차는 달릴 수 없다. 역사적으로 사람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기술의 발전에 기인하였다. 발전된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확신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영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우뚝설 수 있었던 것은 전국으로 펼쳐진 철도 간선망의 완성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가끔 조직의 변화를 위해 환경을 변화시키고 구성원의 행동을 변화시켜도 가시적인 성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구성원들의 행동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도 어려운데, 이것이 조직 전체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거나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리더나 구성원 모두 처음의 기대와 달리 변화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나에게 닥친 경우,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기를 당연시하고, 계속해서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인내와 뚝심이 필요하다. 철도의 시대 개막과 함께 기존의 도로나 운하를 통해 막대한 부를 창출했던 귀족이나 대지주를 대신하여 과학과 공업을 활용하여 부를 축적하는 새로운 시민계급 즉, 부르주아의 성장을 가져왔다. 경제의 발전과 함께 곳곳에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중간계급이던 이들은 변화를 넘어 기존의 절대왕정을 무너뜨리는 혁명을 주도하였다. 결과적으로 혁명이 성공한 곳에서는 계급이 사라지고 시민적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게 되었다.
 
이처럼 변화는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그리고 나부터의 참여와 노력이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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