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서민경제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재영 고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입력 2024-02-06 11:0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재영 교수
[김재영 교수]
 
 
명절을 앞두고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제수용 제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과일값은 연일 상승 중이다. 지난해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던 과일값이 오르는 것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매년 명절 때가 되면 예외없이 물가는 들썩였다. 그때마다 정부는 급하게 대책을 내놓고 물가안정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체감을 해본 적이 없다.
 
고물가로 인한 서민경제의 악화는 함께 즐겨야 할 명절마저 부담이 되게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불과 작년 추석에도 정부는 이번 설명절 물가안정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매번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준비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서민들은 자구책으로 차례상을 간소화하거나 명절선물을 줄이겠다는 등의 방안을 이야기한다. 더군다나 2030 젊은이들은 고향집을 방문하기 보다는 명절기간 근무나 단기알바라도 해야겠다는 뉴스 인터뷰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총선을 앞두고 서민경제 불안정은 치명적일 수 있다. 매년 반복되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명확한 대책이 없다. 이전까지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농산물 수급안정을 수입농산물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명절 때만큼은 이마저도 먹히지 않는다. 결국 애먼 기업들을 쥐어짤 수밖에 없다. 명절 물가가 높다는 정부의 요구에 농협과 하나로마트 등 대형유통사는 자체 마케팅 비용을 이용해 설 명절 농산물 가격할인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상인들 역시 지금의 상황에 불만이 많다. 대목이라 불리는 명절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니 그 상인들 역시 어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유통기업의 할인행사에 전통시장도 살려야하다 보니 결국 지자체에서 전통시장 지원을 떠안았다. 하지만 미미한 지원 속에 어려운 경기에서도 기존수량에 덤을 주거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결국 상인들의 몫이다.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다 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도 연초부터 민생안정에 대한 대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을 제시하며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동통신3사에 대안 마련을 요구하였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서 월평균 통신비 지출은 13만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가계의 통신비 부담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5G 가격인하 등의 방안을 이동통신사에서 제시하였지만, 그 효과를 체감하기에는 미미할 뿐이다.
 
더군다나 2월 1일, 제4이동통신사 사업자 선정이 우여곡절 끝에 22년 만에 스테이지엑스가 승인되었다. 2002년 이동통신 3사로 고착화된 이동통신시장에 새로운 사업자를 참여토록 함으로써 경쟁을 통한 이동전화 요금 인하 등의 효과 및 네트워크 투자에 대한 투자활성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추진은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첫 심사가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그 필요성과 목적이 명확했다. 하지만 그 사이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렸다.
 
한때, 이동통신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었다. 왜냐하면, 이동통신사업은 정부의 인허가 사업으로 허락받은 기업만 시장에서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통신 네트워크 설치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일단 투자를 한 뒤에는 오랫동안 수익을 보전받을 수 있다. 쉽게 말해 통신 네트워크는 기차의 레일과 같다. 일단 레일이 설치가 되면 이용하는 사용자의 수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
 
과거 90년대 이동통신시장은 소위 사장님 전화기로 요즘 세대들은 믿어지지 않겠지만 강남의 아파트 전세가격에 맞먹었다. 이후 디지털 무선통신시대가 오면서 이동통신서비스의 가격은 급속도로 낮아지게 되었다. 지금의 이동통신 3사로 남기 전에는 신세기(현 SK텔레콤), 한솔(현 KT)까지 5개 통신사가 경쟁을 했었다. 과거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신규가입자를 모집하기 위해 얼마큼 노력을 했는지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초기에는 모집할 수 있는 신규 가입자도 많고, 기술도 급격히 발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기술에 뒤처지게 되면 경쟁사에게 사용자를 잃을 수 있다는 점에 사업자들도 기술경쟁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y)을 발생시켜 SK텔레콤의 독과점을 유발하였고, 기업간 인수합병과 정부의 규제로 인해 지금의 3사 체제로 고착화되었다.
 
이미 강산이 바뀌고도 남은 지금은 제4이동통신사 사업을 고려했던 그때와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우선 첫째, 신규 사업자가 기존의 사업자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전국 규모의 네트워크를 설치해야 하는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다. 지난 22년간 선정이 늦어진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투자를 위한 사업자의 재무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 사업자는 재무 안정성 부분을 해결하였지만, 이동통신 네트워크의 핵심은 모든 지역에서 무결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므로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며 또한 유지 보수에도 지속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지금보다 효율적인 시장구조를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형태의 비용은 의미 없는 중복투자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둘째로 통신 시장이 포화되어 있고 성장 없이 정체되어 있는 지금,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가입자를 뺏어올 수 있어야 한다. 그 말은 신규 사업자가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들에 비해 더 낮은 가격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막대한 비용의 투자를 통한 네트워크 설치는 물론 서비스 개선과 홍보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은 뻔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기존 가입자들이 납득할 만한 서비스의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현 시점에서 네트워크에 대한 중복투자는 국가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사업자 간의 경쟁 유도를 통해 통신료를 인하하겠다는 정부의 근본 취지에 제4이동통신 사업자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오히려 기존 사업자와 동일한 네트워크로 경쟁하는 사업자가 아닌 새로운 통신망 혹은 6세대 이동통신(6G)에 대한 투자라면 모르겠다. 지난해 12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회의에서 전 세계 6G 비전(IMT-2030)을 제시하였다. 6G 비전은 2030년까지 추진하게 될 6G 국제표준화의 밑그림으로 우리나라는 의장국으로 활동 중이며 지난 6월 권고안 수립에도 기여하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고물가로 서민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높아진 생활비에 대출 이자까지 더해지며 그 위험신호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서민들의 보험상품에 대한 생계형 해지가 그 이유이다. 연일 정부와 언론은 서민경제에 대한 위험신호에 대해 방송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대책은 미봉책일 뿐이다. 정부가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시점이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