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에 보조금 몰아 준 바이든...자동차·철강 이어 '반도체 표심'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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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솔 기자
입력 2024-03-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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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제조업 일자리 多' 애리조나 인텔 공장서 보조금 지급 발표...반도체 표심

  • 백인 '블루칼라' 표 뺏으려 '노조 공략'...집토끼 '라틴계' 겨냥 집중유세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인텔 캠퍼스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인텔 캠퍼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총 195억 달러(약 26조원) 규모에 달하는 파격적인 지원을 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제조업 단지가 들어선 경합주 애리조나 노동계와 라틴계 유권자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20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이 공개한 성명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직접 인텔 공장이 있는 애리조나주 챈들러를 찾아 지원 사실을 발표했다. 그는 "새로운 민관 파트너십이자 미국 반도체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 중 하나를 발표하게 돼 흥분된다"며 "그것은 바로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행정부와 인텔이 맺은 최대 85억 달러(약 11조4000억원) 규모의 새로운 랜드마크 투자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보조금 외에 110억 달러(약 14조8000억원)의 대출 지원까지 합치면 인텔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지원금 규모는 총 195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기존에 삼성전자(60억 달러), TSMC(50억 달러) 등에 지급할 것으로 알려진 보조금 규모를 크게 뛰어넘는다. 백악관은 인텔이 투자 계약에 따라 애리조나, 오하이오, 뉴멕시코, 오리건주의 공장 건설 및 유지보수를 위해 총 1000억 달러를 투입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약 3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최근 제조업 지역에서 부진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애리조나주는 4년 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가까스로 승리한 주요 격전지다. 이날 미국 온라인 정치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애리조나 지지율은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5.2%포인트 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 지역에 집중적인 일자리 유치 행보를 보이면서 분위기를 역전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직접적으로 노동자 표심에 호소하고 나섰다. 그는 인텔의 공장 건설 및 유지보수 계획과 관련해 "다 합치면 거의 2만개의 건설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고, 그중 다수는 건설 노조 일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이번 발표는 1만개의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여기 (애리조나) 피닉스에서만 3000개가 창출될 것이다. 이들 일자리는 연평균 보수가 10만 달러를 넘고 대학 학위가 필요 없다"고 말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핵심 지지층인 '백인 블루칼라' 유권자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점차 그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이날 미국철강노조(USW)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데이비드 매콜 USW 인터내셔널 회장은 "그(바이든)의 비전과 리더십은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단체교섭 접근성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추진에 대해 공개 반대를 표명하면서 미국철강노조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마음이 기운 모습이다. 

지난 1월에는 미국 최대 노동조합 중 하나인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부분 노조에서 지지를 받았지만 UAW는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전환 정책에 반발해 지지 선언을 미뤄왔다.

한편 이날 발표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히스패닉 및 라틴계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피닉스의 멕시코 식당을 찾아 유세 활동을 벌였다. 지난 2월 뉴욕타임스와 시애나칼리지 합동 여론조사에서 라틴계 유권자들의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40%로, 트럼프 전 대통령(46%)에 비해 열세인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AP-NORC 여론조사에서도 라틴계 지지율은 36%에 그쳤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애리조나, 네바다, 텍사스주 등 라틴계 유권자들이 많은 지역을 순회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그는 유세 중에 이민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를 부추기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본인을 대조시키는 데 주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세 중에 "자신의 정책 때문에 히스패닉 실업률이 최저치"라며 이민자들에게 경제적 번영을 약속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일 보도했다. 

다만 이런 노동계·라틴계에 대한 호소 전략이 효과적인지는 미지수다. 뉴욕타임스(NYT)는 "모든 노동자들이 반드시 바이든에게 투표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다만 노조의 공식 지지가 경합주에서 투표율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라틴계 유권자들 역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 대한 확실한 지지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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