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특수선 프로젝트 놓고 갈등 격화…한화오션 "조직적 범죄"vs현대중 "악의적 짜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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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기자
입력 2024-03-0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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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8조원에 달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놓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강대강 대결을 벌이고 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의 유죄 판결로 끝난 KDDX 개념설계 보고서 유출 사건을 지난 4일 경찰에 고발하면서 "(HD현대중공업이)조직적으로 군사기밀유출 행위에 가담한 정황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 측도 "악의적인 짜깁기로 인한 의혹에는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대형 함정 시장 주도권이 걸린 싸움인 만큼 양측 간 양보 없는 대결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오션은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HD현대중공업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한 배경을 밝히며 "HD현대중공업은 수년간 군사기밀 불법취득·공유에도 관련 제재 없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수행했다"면서 "불법행위에 상응하는 후속 조치가 있어야 유사한 불법행위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위사업법상 사업 입찰에 제한을 두려면 직원이 아닌 임원이나 대표의 범죄 행위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를 취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날 회견에는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 배선태 한화오션 특수선영업사업부 수석부장, 정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KDDX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촬영해 사내에 공유하는 등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방위사업청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국가사업 입찰 참가자격 제한 여부를 논의했으나 제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당시 방사청은 국가계약법 제27조 1항 1호와 4호상 부정한 행위와 관련해서는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점에서,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른 제재는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

이후 한화오션은 지난 4일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과정에 개입·관여한 임원을 수사해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게 제출했다. 이는 수사 주체를 기존 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에서 경찰로 확장해 임원 개입을 확인하려는 의도다. 당시 기무사는 이 사건을 해군 13명, 현대중공업 직원12명 등 25명으로 압축하며 수사 선상에서 HD현대중공업 임원을 배제했다.

향후 임원이 개입한 것이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되면 방사청의 HD현대중공업 입찰 제한을 위한 계약심의는 새로 이뤄질 수 있다.

이날 한화오션은 과거 KDDX 보고서 유출 사고와 관련한 판결문과 증거목록 등을 입수해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 증거 자료를 공개했다. 한화오션에 따르면 재판 당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군사 비밀 문서를 열람하고 촬영했을 당시 '상급자'의 결재가 이뤄졌다고 인정했다.

한화오션이 올해 1월 정보공개신청을 통해 확보한 국방부 검찰단 사건기록에는 군사기밀 불법취득을 위해 열람 가능하도록 출장 전에 사전 협의한 정황, 군사기밀 불법취득 사실에 대한 임원 보고 등이 있었다.

한화오션 측은 HD현대중공업이 내부 비밀 서버를 구축해 운영·관리하고,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대응 매뉴얼까지 작성한 조직적인 범죄였다고 주장했다. 한화오션은 서버 운용사인 '링크'가 동원됐다는 수사 기록이 있다는 점을 주요 증거로 들기도 했다.

구 변호사는 "불법 서버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외부 업체(링크)와 계약을 한 사실이 있는데, 당연히 상부 결재 라인에 올라갈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고발이 올 하반기에 예정된 KDDX 사업 입찰에 당장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사·재판 중인 상황에서 입찰 제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구 변호사는 "KDDX가 경쟁입찰로 간다면 열심히 노력해서 수주할 것"이라며 "자사 이익을 위해 고발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와 관련해 HD현대중공업 측은 "임원 개입 여부 등 한화오션이 주장한 대부분 문제 제기는 이미 사법부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며 "주요 근거 모두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번 설명회를 통해 한화오션이 발표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해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KDDX는 2030년까지 6000톤(t)급 구축함 6척을 발주하는 7조8000억원 규모 사업이다. 국내에서 구축함 이상 대형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방산업체는 한화오션과 HD현대뿐이어서 사실상 이번 사업 수주는 양강 구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함정 건조는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KDDX 사업에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맡았지만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행했다. 통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맡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위사업 입찰 자격을 유지한 HD현대중공업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구승모 한화오션 법무팀 변호사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기밀 유출 관련 HD현대중공업 고발장 제출에 대한 입장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구승모 한화오션 법무팀 변호사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기밀 유출 관련 HD현대중공업 고발장 제출에 대한 입장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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