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 정치9단] 시끄러운 여야 총선 공천, 원래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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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기자
입력 2024-03-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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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 대통령도 피하지 못한 총선 공천 갈등...승리하면 대선가도 열렸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40여일 앞두고 28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동 용화여객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정책선거와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부산시선관위는 부산시내버스 2천517대에 정책선거 및 투표참여 광고물을 게시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40여일 앞두고 28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동 용화여객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정책선거와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부산시선관위는 부산시내버스 2천517대에 정책선거 및 투표참여 광고물을 게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국회의원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다"라는 유명한 여의도 속담이 있습니다. 정치인에게 총선이 어떤 의미인지 단적으로 웅변합니다.
 
동시에 왜 여야 할 것 없이 총선 공천을 둘러싼 파열음이 나오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이 충성을 받쳤던 당이 어느 날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일방적으로 박탈한다면 당연히 분노하고 좌절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4월 총선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고 여야의 공천 작업도 슬슬 막바지에 돌입했습니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국민의힘은 '조용한 현역 철밥통 공천', 더불어민주당은 '친명(이재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으로 요약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어디가 공천을 잘하고 못했는지는 현 시점에서 판단은 불가합니다. 사실 공천은 총선 승리를 위한 과정에 불과합니다. 
 
국민의힘이 승리한다면 철밥통 공천은 '국민들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준 공천'이, 민주당이 승리하면 비명횡사 공천이 아닌 '지지층 결집을 이끈 쇄신 공천'으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현재 '모든 것'으로 보이는 공천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습니다"

역대 여당 공천에서 가장 시끄러웠던 것은 역시 2008년 18대 총선이 꼽힙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친이계가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의 당권을 장악해 친박(박근혜)계 현역 의원을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킨 '친박 공천학살'이 일어났습니다.
 
18대 총선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열려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되던 상황이었습니다. 과반은 물론 200석 이야기가 나오던 시절이었죠. 공천학살도 그러한 자신감이 배경에 있었습니다. 한나라당을 완전한 '이명박당'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였죠.

그러나 친박계 인사들은 2007년 대선보다 치열했던 당 대선 후보 경선에 대한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하고 승복하지 않았습니다. 서청원, 김무성 등은 대거 탈당해 미래희망연대(친박연대) 혹은 무소속(친박 무소속 연대)으로 총선에 나섰습니다.
 
당시 공천을 받은 박근혜 의원은 당에 잔류는 했지만 "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습니다"라는 유명한 발언으로 친박계를 노골적으로 지원했습니다. 그 결과 친박연대는 14석(지역구 6석, 비례 8석)을 얻어 원내 제4당이 됐고, 친박 무소속 연대도 16명이 출마해 12명이 당선됐습니다. 한나라당에 복귀한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생에 결정적으로 공헌했습니다.
 
문재인 "당무를 거부하려면 당직을 사퇴하는 게 도리"
 
야당의 공천갈등은 여당보다 치열하고 처절한 측면이 있습니다. 솔직히 여당 정치인은 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도 갈 곳은 많습니다. 장차관과 각종 공기업 수장 등 현직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공직은 7000여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는 앞으로 3년 이상 남았습니다. 반면 나눠먹을 파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야당 정치인은 공천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야당에서 이른바 '공천 파동'은 심심치 않게 발생했습니다. 한국 정치사의 거목이며 압도적인 당 장악력을 자랑했던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도 공천에서는 항상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공천 갈등을 계기로 야당이 쪼개진 가장 최근 사례는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진행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분당사태가 있습니다.
 
당초 새정치민주연합은 2014년 3월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위원장의 합의로 창당했습니다. 그러나 2015년 2월 첫 전당대회에서 '친노(노무현)계' 문재인 지도부가 꾸려졌고, 이에 불만을 가졌던 대부분의 비노계(안철수계, 동교동계 등)가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뭉쳤습니다.
 
당시 문재인 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와 최재천 정책위의장의 당무 거부에 "당무를 거부하려면 당직을 사퇴하는 게 도리"라고 했고, 잇따른 탈당행렬에 "엊그제까지만 해도 개혁의 대상이었던 사람들이 혁신의 주체인양 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 "경기하다가 질 것 같으니까 경기 안 하겠다, 이런 건 별로 그렇게 국민들 보시기에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과 묘하게 겹치는 대목입니다.
 
결과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더불어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20대 총선에서 123석을 차지해 122석에 그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을 1석 차이로 따돌리고 제1당이 됐습니다. 국민의당도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켜 총 38석을 확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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