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칼럼] 보류된 플랫폼법 …결국은 토종 사업자 경쟁력 제고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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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승 단국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서비스마케팅학회장
입력 2024-02-1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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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승
[정연승 단국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서비스마케팅학회장]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이던 가칭 ‘플랫폼경쟁촉진법’이 보류되었다. 관련 업계와 소비자 그리고 학계 등의 반대가 심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터라 이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향후 바람직한 정책 방향의 설정을 위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플랫폼 서비스는 이미 국민들의 일상과 뗄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소비자들은 여러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편리함과 합리적 소비 등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2019년 미국 국립과학원의 발표 자료를 보면 플랫폼이 창출하는 소비자 1인당 연간 후생은 검색엔진 1만7530달러, 지도서비스 3648달러, 동영상서비스 1173달러, e-커머스 842달러, 소셜미디어 322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플랫폼을 겨냥한 강한 규제가 도입된다면 이는 국민들이 편리하게 사용하던 플랫폼의 다양한 서비스들이 제약되거나 중단되어 소비자의 일상생활에 커다란 불편을 야기하고 소비자 후생을 후퇴시키게 됨을 의미한다. 특히 온라인 쇼핑,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배달 서비스, 온라인 예약 시스템 등은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만약 규제에 따라 이러한 서비스들이 제약된다면 소비자들은 현재 보편화된 플랫폼 서비스가 아닌 제한적이고 불편한 오프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플랫폼 규제로 인해 해외 플랫폼들의 독과점 심화도 우려된다. 왜냐하면 규제의 실질적 집행력이 구글, 알리익스프레스 등 해외 플랫폼에도 실효적으로 미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만약 규제로 인해 해외 플랫폼에 의한 독과점이 심화되고 국내 토종 플랫폼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면 이는 엄청난 국가적 손실과 함께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일본 배달앱 시장의 경우 우버이츠가 70%나 점유하고 있는데, 현재 수수료는 35%에 달하고, 중소 상공인들의 경제적 부담은 물론 높아진 물가로 인해 소비자 피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선 2022년에 구글이 입점업체에 인앱 결제를 강제하는 정책을 실시하면서 게임에만 적용하던 인앱결제 수수료 30%를 전체 서비스로 확대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음악, 웹툰, 이모티콘 등 인앱결제 수수료가 2배로 높아져 결국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플랫폼 규제법으로 대형 플랫폼을 규제하려다 오히려 국내 토종 플랫폼의 발전을 가로막아 국내 플랫폼업계의 성장을 저해함으로써 국가 산업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다. 즉 현재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빅테크 플랫폼들의 무한경쟁 시대인데 자칫 국내에서의 규제로 인해 성장의 티핑포인트를 놓칠 경우 이는 바로 글로벌 경쟁에서의 낙오와 도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검색포털에서 네이버가 구글로 인해 시장점유율을 계속 잃어가고 있으며, 음원스트리밍에서 멜론은 유튜브뮤직에 이미 1위 자리를 내주었으며, 커머스 분야에서도 최근 중국 업체들의 직구 공략으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과거 일본에서도 아마존의 침략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일본 온라인 쇼핑 시장의 주도권을 아마존에 넘겨준 것은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향후 플랫폼 정책은 진흥이든 규제든 국내 토종 플랫폼업체들의 경쟁력을 더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되어야 하며, 이와 함께 스타트업이나 소상공인의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는 환경의 조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한편 플랫폼 규제법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 기업의 경우 통상 마찰 가능성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으며, 실제 미국은 유럽에서 DMA(디지털시장법)를 제정할 때도 통상 마찰 우려, 역차별 우려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바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이미 미국 행정부와 상공회의소 등에서 여러 차례 우려를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향후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미국법에서 영업비밀로 공개가 금지된 데이터들을 공정위가 조사하기 위해 요구하거나, 미국 기업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할 경우 미국은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강하게 반발하고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글로벌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플랫폼 규제법 도입 시 통상 이슈 발생에 따른 대처 방안을 확실히 검토하고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최근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국내 토종 업체들에도 큰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양면 시장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나 구성하는 기술력과 혁신성 자체가 스타트업과 함께하는 구조이다. 특히 플랫폼 기업은 보안, 인증, 결제 등 여러 영역에서 벤처기업,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기술력과 협업하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 산업에 대한 규제는 독과점 플랫폼에만 국한되지 않고 관련 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회사 규모가 커진다는 이유로 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도입한다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국내 벤처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해외 대형 플랫폼이 시장을 잠식하고 국내 스타트업들이 이들과 협업체제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면 향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혹은 기술생태계의 고사와 해외 종속도 심화로 인해 국내 첨단 하이테크산업은 엄청난 잠재적 피해를 입을 것이다.
 
현재 국내 플랫폼은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해외 플랫폼의 거센 경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플랫폼의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가 아닌 진흥을 위한 정책들이 펼쳐져야 한다. 진흥 정책에 힘입어 새로운 투자를 유치한다면 제2의, 제3의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플랫폼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며,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 등 소비자의 후생도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플랫폼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보다 큰 정책을 기대한다.



정연승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영학과 △연세대 경영학과 박사 △단국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 △ 한국경영학회 산업정책위원장 △전 한국유통학회 회장 △전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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