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발등에 불' 늘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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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린 기자
입력 2024-02-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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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봄학교'가 내달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가운데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늘봄학교는 독립 행정 업무 전담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산 집행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적이 없다.

    교육 현장에선 교육부 예산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늘봄학교 시행에 필요한 시도교육청의 부담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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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학교'가 내달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가운데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새 학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전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현장의 반발도 여전하다.

늘봄학교는 정부가 저출생 위기에 대응하고자 원하는 초등학생은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돌봄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쌍수 들어 환영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1∼8일 예비 초1 학부모 5만2655명을 대상으로 늘봄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3.6%(4만4035명)가 참여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부 교사와 교원단체들은 늘봄학교 전면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달 25∼28일 교사 5962명을 대상으로 ‘학교 안 늘봄지원실 설치(안)’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97.1%가 반대했다. 올 하반기 모든 초등학교에 도입됨에도 불구하고 아직 인력이나 체계 확립 등 제도는 완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1학기 운영 준비는 마쳤어야 하는데, 시범 운영 학교들도 준비되지 않은 곳이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인력 문제다. 교육부는 올해 1학기에는 기간제 교사를 뽑아 관련 업무를 맡게 한 다음 순차적으로 전담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기간제 교사를 뽑는 것 자체가 쉽지만도 않다. 기간제 교사를 뽑지 못하게 되면 결국 돌봄교실 업무가 기존 교원에게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안전사고나 학교폭력 문제 등이 발생하면 교원에게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1학기에는 기간제 교사 2250명을 배치하고, 2학기부터는 실무직원 6000여 명을 배치해 늘봄학교 행정 업무를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공무원과 교육 공무직들도 '지방공무원 부담 떠넘기기'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전담 인력 역시 지방공무원 중에서 교육전문직이 배치될 가능성이 있고, 교감을 배치하기로 하는 등 교원 업무가 명확히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돌봄 교실 확대와 비례해 당장 교실 증축도 필요하다. 신규 교원을 뽑고 인력을 채용하고 공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결국 예산이 뒷받침돼야 업무가 추진될 수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늘봄학교는 독립 행정 업무 전담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산 집행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적이 없다. 교육 현장에선 교육부 예산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늘봄학교 시행에 필요한 시도교육청의 부담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나온다.

교육계 반발이 계속되고 있으나 정부는 늘봄학교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더욱 공고히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일 민생토론회에서 “2026년까지는 저학년에서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전부 이런(늘봄학교)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과욕만 앞세워서 ‘늘봄 전면 확대’를 무리하게 서두른다면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교사들은 수업 준비와 생활지도 등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조금 늦더라도 먼저 인프라를 구축하고 현장 교사들과 학부모의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가 돌봄의 대의에는 동의하지만, 지나친 속도전만 내세울 일이 아니다. 
 
주혜린 정치사회부 기자
주혜린 정치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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